민주당 불끄기 진땀 "본질은 병역 의혹 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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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해찬 의원 발언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당직자는 "이제 거의 李후보 아들 병역비리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는데 이런 돌발사태가 발생하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이회창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에서 '신병풍' 정국의 주도권을 넘겨주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에서는 대책 마련을 위해 급히 李의원을 수소문했고, 시내 모처에서 모임을 갖던 李의원도 부랴부랴 당사 기자실을 찾아 진화에 나섰다.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한나라당이 李의원 발언에 대해 진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기다렸다는 듯 억지주장을 펴고 나선 것은 병역비리의 진실을 호도하기 위한 트집잡기와 수사방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李대변인은 특히 "이 사건의 본질은 과연 병역비리와 은폐 기도가 있었느냐의 여부"라며 한나라당의 역공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당 지도부는 李의원이 "검찰 관계자가 아닌 그 누군가로부터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비리 관련 정보를 들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을 적극 부각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한 고위 당직자는 "울고 싶은 놈 뺨 때려준 격이 됐다"며 "李의원이 왜 그렇게 신중치 못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다른 당직자들은 "이해찬 의원이 자신의 정보량을 과시하다가 헛발을 디딘 것 아니냐" "李후보 아들 병역비리 초점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다"고 초조해했다.

노무현(盧武鉉)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정치란 게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고 하는 법"이라며 "다시 반전시킬 기회가 곧 올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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