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어퍼컷 세리머니'다시 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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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9월 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2002 남북통일축구경기'를 참관하기 위해 다음달 6일께 방한한다.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아인트호벤의 감독을 맡아 한국을 떠난 지 꼭 한달 만이다.

이와 관련,대한축구협회가 히딩크를 어디에 앉힐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잠겼다.'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앉는 벤치에 앉힐 것인가' 아니면 '그냥 귀빈석에서 관전토록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문제다.

어렵게 짬을 내 찾아오는 히딩크가 한국 팬들과 그라운드에서 '화끈한 재회'를 하려면 벤치에 앉는 게 좋다.

이렇게 해야 협회 고위층에서 기대하는 '히딩크 효과'도 극대화된다. 게다가 그의 전매특허인 '어퍼컷 골 세리머니'를 다시 보고 싶다는 팬들의 기대감도 대단하다. 그러나 히딩크가 벤치에 앉을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도 만만찮다. 우선 지휘 체계에 혼선이 올 수 있다.

당일 경기할 대표팀은 부산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박항서 감독이 새로 구성하는, 23세 이하 선수들을 주축으로 하는 팀이다. 히딩크가 지휘했던 월드컵 대표팀과는 면면이 확연히 다른 팀이다. 외국 프로팀과 한국 국가대표팀에 양다리를 걸치는 듯한 어정쩡한 모양새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박항서 감독은 20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히딩크 감독이 벤치에 앉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나를 통해 작전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히딩크와 박감독, 두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주 중 기술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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