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함’ 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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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 삐∼’.

경고음과 함께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항공기 승강기를 타고 올라간 미국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10만4000t) 비행갑판.

거대한 광장 같았다. 비행갑판은 길이 332.8m, 너비 76.2m(면적 1만8211㎡)로 축구장 3개 크기다. 각종 안테나가 설치된 돛대까지 높이는 바다에서 81m로 20층 빌딩과 맞먹는 규모다. 이곳에 80여 대의 전투기 등 각종 항공기가 부산 앞바다의 오륙도를 배경으로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오는 25~28일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할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함(9만7000t급)이 21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했다. 조지워싱턴함 갑판 위에 조기경보기 E-2C(호크아이 2000)를 비롯해 최신예 전투기 수퍼호넷·헬기 등 80여 대의 각종 항공기들이 대기 중이다. [송봉근 기자]

21일 해군 작전사령부 부산기지 부두에 정박한 조지 워싱턴함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 항공모함은 25일부터 28일까지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라는 이름으로 동해상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항에 들어왔다.

비행갑판 함교 옆에는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로 불리는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2대가 검은색 프로펠러를 멈춘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몸체 위쪽에 대형 원판이 있는 이 조기경보기는 컴퓨터와 레이더·통신기기를 갖추고 있다. 항공모함의 항로를 앞서 날아다니며 사전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먼 거리의 적기와 지상의 상황 탐지분석, 지상의 전투부대에 대한 지휘·통제도 가능하다. 조기경보기 옆에는 미 해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수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이 버티고 있었다. 수퍼호넷은 기존 호넷 전투기의 성능을 개선한 기종으로 공중전과 지상전의 임무를 수행하고 열감지기와 야간투시기능을 이용해 야간작전도 가능하다.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할 수 있는 SH-60F(시호크) 헬기도 보였다. 이 헬기는 고강도 방해전파를 발사해 적군의 레이더망이나 무전기기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조지 워싱턴함의 전력은 어지간한 나라의 전체 해군과 공군력을 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데이비드 팩트 공보장교는 “출동명령이 내려지면 항공기들은 2초 안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220㎞ 속도에 도달해 이륙한다. 작전은 365일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시 항공기 승강기를 타고 내려간 격납고에는 몇 대의 항공기 사이로 승조원들이 농구를 즐기고 있었다. 격납고에서 외부로 나가는 출입문 앞에는 부산시내로 외출하려는 승조원들의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작전을 할 때 모든 항공기는 격납고에서 대기하다가 4대의 항공기 승강기를 이용해 비행갑판으로 신속하게 이동, 출격한다고 한다. 거대한 군사기지인 조지 워싱턴함에는 선실(3360개)과 병원(70병상)·우체국·세탁소·TV방송국·신문사 등이 있다. 평균 연령 20세 초반인 6100여 명의 승조원은 하루에 야채 2500㎏, 고기 2300㎏, 건조식품 9000㎏, 감자 1400㎏을 소비한다. 조지 워싱턴함 내부 발전소는 인구 100만 명 규모의 도시에 공급하는 전력을 생산하고, 하루 생산량 100만L의 물 공장도 있다.

함장 데이비드 라우스먼 대령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미 해군이 한국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워싱턴함은 20년간 연료 공급 없이 운항할 수 있는 2기의 원자로를 장착하고 있으며 최고 30노트(시속 55㎞)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조지 워싱턴 항모전단은 4척의 순양함, 7척의 구축함, 1~2척의 핵 추진 잠수함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작전 반경은 1000㎞에 이른다.

조지 워싱턴함=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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