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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허리케인 … 기상이변에 농산물펀드·정유주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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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허리케인과 라니냐, 폭염…. 이런 기상이변은 투자지형도도 바꾼다. 기상이변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농업이다.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량이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은 크게 올랐다. 세계원자재지수(CRB) 중 곡물 가격은 6월 초 저점을 찍은 후 21일까지 19% 상승했다. 특히 밀값의 고공행진이 두드러진다. 21일 국제 선물시장에서 밀은 한 달 전에 비해 24%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 때문에 농산물에 투자하는 펀드인 ‘애그리 펀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펀드는 그동안 수익률이 낮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다른 원자재에 대한 분산투자나 인플레이션을 대비한 방어 펀드로만 여겨져 왔다. 그런 펀드가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에 힘입어 우등생이 됐다. 제로인에 따르면 6개월 동안 마이너스 7.7%의 수익률을 기록한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9.9%였다.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8%)와 신한BNPP포커스농산물(7.5%) 펀드도 최근 한 달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투자증권의 장춘하 펀드 애널리스트는 “최대 곡물 생산지인 중국·미국 등지에 폭우 아니면 폭염 등의 기상이변이 생기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곡물 생산량이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밀·옥수수·콩 등 주요 작물에 대한 가격 지수가 상승했고, 농업 관련 인덱스펀드의 수익이 커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건 농산물 가격의 향후 움직임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는 느는데 공급량이 적어 올 하반기 농산물 가격은 상반기 대비 10% 정도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농산물에 대한 투자 비용이 다른 원자재에 비해 싸다는 점도 투자에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은 2008년에 고점을 찍은 후 금융위기 영향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후 다른 원자재들은 고점 가격을 회복하고 있지만 유독 농산물만 반토막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수익을 얻을 확률이 다른 원자재에 비해 큰 상황”이라며 “국내 애그리펀드나 미국에 상장돼 있는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료 업종도 기상이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재료 값이 올라가면 마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종은 이번 기상이변의 피해에선 다소 비켜난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투자증권의 이경민 연구원은 “오리온·CJ제일제당 등의 음식료 업종은 국내 경기 호조와 중국의 구매력 상승 등의 외부적인 요인들에 힘입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이변은 이와 전혀 상관없을 듯 보이는 다른 업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미 지역의 허리케인이나 라니냐 등은 정유와 비료 업종의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허리케인이 발생하면 미국의 정유 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원유 가격이 오른다. 그러면 원유 정제 마진이 상승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토러스투자증권의 박중제 연구원은 “국내 정유사들은 미국 정유사의 정제 마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의 이익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또 라니냐 등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료를 많이 쓰게 된다. 비료 값이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박 연구원은 “만약 미국에 허리케인이나 라니냐가 발생하면 CJ제일제당과 남해화학을 주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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