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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만 13개 … ‘맥가이버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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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하면서 겪었던 불편한 점을 해결해 보려고 생각한 아이디어들이 ‘특허’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오산시청 건설과에서 국도 유지관리 및 보수를 담당하는 이재영(57·지방기능 6급·사진)씨의 말이다. 이씨는 시청 내에서 ‘맥가이버’로 불린다. 도구를 이용한 임기응변으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는 맥가이버처럼 아이디어 하나로 도로와 중장비 관련 문제를 깨끗하게 해결하기 때문이다.

천연향을 함유한 옻칠도료의 제조방법, 포크레인(굴삭기) 버켓을 이용한 아스콘 포장장치, 케이블 연결·충격 완충·미끄럼 방지·보도블록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도로경계석 설치 구조 등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특허 및 실용신안, 의장등록 등 지적 재산권은 모두 13건이나 된다.

특히 그가 개발한 ‘충격흡수기능을 갖춘 모래함’은 지난 겨울 폭설로 전국의 교통이 마비됐을 때 그 효과를 톡톡히 입증했다. 상시 모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개방형 본체인데다 제설 모래에 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물받이와 물 배출구도 설치돼 모래가 얼어붙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지난 겨울 강추위로 전국의 상당수 모래함이 꽁꽁 얼어붙어 살포할 수 없었을 때에도 그가 개발한 모래함은 결빙되지 않아 쉽게 뿌릴 수 있었다. 이씨는 “시민들이 현장에서 겪는 불편은 곧 나의 일이고 내 가족이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나라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 농생명과학고를 졸업한 뒤 대림산업 사우디아라비아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1989년 기능 6급에 응시, 합격해 하남시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가 ‘맥가이버’가 된 계기는 91년 오산시로 발령받은 뒤부터다. 제설 작업을 하던 중 멀리 떨어진 모래함에 때문에 힘에 부치자 ‘폐타이어를 활용한 모래 제설함’을 발명했다. 가드레일 등에 걸 수 있는 보형물을 만들어 그 안에 모래를 넣은 폐타이어를 장착한 것이다. 이 기구는 아직도 오산시 일부 구간에서 활용되고 있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지금도 발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난방비용 맨홀·빗물받이 우수전’을 개발, 이달 안에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그는 “특허출원을 한 제품 중 일부는 유지비용을 내지 않아 소멸되기도 했다”며 “그래도 내 아이디어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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