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딛고 재기 8人 '창업 도우미'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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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생생한 경험으로 터득한 실용 창업지식을 동병상련의 실직자들에게 나눠주려 합니다."

3년 전만 해도 공공근로 현장을 전전하며 생계를 잇던 김종희(36·경기도 안산시 부곡동)씨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부동산중개업으로 인생 역전 홈런을 날린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한때의 자신처럼 암울한 처지의 실업자들에게 창업의 용기와 노하우를 심어주는 보람까지 얻고 있다.

지난달 실직 후 창업한 경험을 가진 또 다른 7명과 함께 경기도 안산에서 발대식을 한 '창업 도우미'.

모두 처절한 좌절을 딛고 재기한 사람들이라 실직자에 대한 이해심과 정(情)이 남다르다.

金씨는 1998년 10월 기업구조조정으로 문을 닫은 국제생명보험의 영업소장(경남 거창)이었다.

이동도서관 사서 등의 공공근로를 하면서 월 60만원으로 근근이 가족(부인·아들)을 먹여살리며 20여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허사였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재작년 어느 날 그는 부동산중개업 창업을 결심했다.

이후 은행융자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공부를 해 6개월 만에 자격증을 딴 뒤 1년간 대형 중개업소에 취직해 실무경험을 쌓았다.

드디어 지난해 말 '상도부동산'이란 간판으로 창업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대출받은 전세보증금 2천5백만원과 친구에게서 얻은 5백만원이 자금의 전부였다. 하늘이 도왔는지 그후 금융시장 침체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아졌고, 사업은 몇달 만에 상당한 이익을 낼 만큼 궤도에 올랐다.

그의 도우미 동지인 정성훈(36·안산시 본오동)씨는 신화광고기획 사장이다. 역시 복지공단에서 전세금 2천5백만원과 운영자금 5백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말 창업한 뒤 월 1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실직한 뒤 정부 지원으로 6개월간 웹디자인 교육을 받고 과거 피자가게 운영, 화공약품회사 근무 경험 등을 살려 도전했다.

나머지 6인의 사업 업종은 세탁소·유학원·탁아소·미용실·식당·미술학원. 영역이 다양한 만큼 창업상담을 희망하는 실직자의 관심 분야에 따라 업종 선택에서 자금조성·점포선정·상권분석·운영기법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맞춤형 상담을 해준다.

이미 한달 새 수십명이 컨설팅을 받았고 그 중 두명이 인테리어업과 체인음식점을 개업했다.

이들의 활동을 눈여겨본 근로복지공단 안산지사는 공단본부에 창업도우미 아이디어를 냈고, 공단은 최근 전국 46개 지사에 공문을 보내 도우미 모집을 지시했다. 02-6700-300(www.welco.or.kr).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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