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끼어들어" "××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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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가 신당을 둘러싼 논란으로 욕설이 오가는 험악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은 신당추진기구의 위상과 성격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한화갑(韓和甲)대표가 "나 정말 못하겠다"며 한때 퇴장했고, 추미애 최고위원도 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친노(親)와 반노 진영 간 불신의 골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첫째 소동은 신당추진기구의 출범 시기를 둘러싼 논의 도중 일어났다.

韓대표가 "사퇴 의사를 표명한 김원길(金元吉)의원이 잘 설득되고 있으니 15일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고 하자 정균환(鄭均桓)총무가 즉각 "오늘까지 정리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국민에게 신당이 잘 안되는 것처럼 비춰진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박상천 위원도 "신당추진기구의 명칭과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金의원 사퇴 파동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이때 추미애 위원이 "어제 다 얘기가 된 것"이라고 지적하자 朴위원이 "왜 말을 하고 있는 중에 끼어드느냐"고 힐책했다. 秋위원은 즉각 朴위원에게 "품위를 유지하라"고 반발했고, "당신부터 유지해달라"(朴위원)는 언쟁으로 이어졌다.

秋위원은 "선배들이 맨날 결정하고 엎고 하니 이런 거다"라며 핸드백을 들고 퇴장했다.

이를 지켜보던 韓대표는 "왜들 이러느냐, 나 정말 못하겠다"며 회의장을 떠났다. 韓대표는 뒤쫓아간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의 설득으로 7분여 뒤 돌아와 신당창당준비위원회를 신당추진기획위원회로 변경하자는 안건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둘째 소동은 韓대표가 잠시 정회를 선포했을 때 벌어졌다.

鄭총무가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인 정동채 의원에게 "후보가 김원길 위원장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세세한 부분까지 후보가 의견을 내면 곤란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친노 측인 임채정(采正) 정책위의장은 "대표가 임명한 것으로 회의에서 정리했는데 왜 후보를 거론하느냐. 자꾸 그러니 와전되고 오해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이에 鄭총무가 흥분해 "왜 끼어드느냐"며 소리쳤고 의장도 "내가 못할 말 했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화를 참지 못한 鄭총무는 "야, ××야"라고 고함쳤고 의장은 "뭐 ××"라고 맞대응하면서 두 사람은 멱살잡이 직전까지 치달았다. 주변의 만류로 진정된 두 사람은 이후 "본질과는 상관 없는 해프닝"이라며 "그렇게 격한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친노·반노 양쪽 다 갈 데까지 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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