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다승왕은? 곰에게 물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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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는 젊은 왼손투수 세 명의 활약이 눈부시다.

류현진(23·한화)과 김광현(22·SK)·양현종(22·KIA) 등 프로 4~5년차 좌완 3총사가 치열한 다승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이 12승으로 두산 외국인 우완투수 히메네스와 공동 선두를 이룬 가운데 양현종이 11승으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세 명 중 누가 다승왕에 올라 최고 왼손투수의 영예를 안을까. 정답은 어쩌면 두산에 물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 세 명 모두 올 시즌 두산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 나머지 6개 팀에는 최소 1승씩을 챙겼지만 유독 두산에는 승리가 없어 전 구단 상대 승리 달성도 미뤄지고 있다. 그 사이 히메네스가 18일 잠실 롯데전 완투승으로 올 시즌 가장 먼저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승리 훼방꾼은 김선우=류현진과 양현종은 올 시즌 두산전에 한 경기씩 등판해 각각 8이닝 2실점과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투수전 끝에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고 양현종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김광현 역시 두산을 상대로 두 경기에 나섰지만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이들의 승리를 막은 상대 선발은 대부분 두산 에이스 김선우였다. 김선우는 4월 29일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7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를 따냈고 김광현의 두산전 2경기에도 모두 대항마로 나섰다. 양현종의 발목을 잡은 투수는 히메네스다. 지난달 8일 선발 맞대결을 펼쳐 5와3분의1이닝 1실점으로 양현종과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두산 넘어야 다승왕 보인다=이들 세 명의 다승왕 레이스에서도 두산을 잡을 수 있는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으로 각자 한두 차례는 더 두산전에 등판해야 하는데 김선우 또는 히메네스를 넘어서지 못하면 다승왕도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두산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히메네스가 다승왕 경쟁에서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선우라는 지원군이 있어 든든하다. 만약 히메네스가 다승왕이 된다면 최고 도우미는 팀 타선이 아니라 경쟁자를 꺾어준 김선우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선우 역시 9승을 거뒀지만 SK를 잡지 못해 전 구단 상대 승리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3경기에서 SK 사냥에 나섰지만 1패, 평균자책점 7.98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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