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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늬만 경제특구 … 이대로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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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동북아 중심국가 도약’이라는 거창한 명분 아래 2003년 시작된 경제자유구역(FEZ:Free Economic Zone, 일명 경제특구)의 현주소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당초 의도했던 외자 유치 실적은 저조(低調)한 가운데 주요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지부진해 부실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까지 6개 경제특구(인천, 부산·진해, 광양,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에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5억88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FDI의 3.6%에 불과하다. ‘무늬만 특구’ ‘말뿐인 특구’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경제특구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각 지방에 나눠먹기식으로 지정하다 보니 경제성 검증도 없이 남발된 측면이 있다. 게다가 지역별로 뚜렷한 차별성도,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도 없어 외국 기업의 외면을 당하고 있다. 경제특구 안에 영리병원 하나를 세울 수 없으니 어느 외국 자본이 달려들겠는가.

대표주자 격인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선 68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건설이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투자가 끊겨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개발 예정 부지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대구를 비롯해 나머지 특구의 상황은 더 열악(劣惡)하다. 그러다 보니 내국인을 상대로 한 아파트 건설사업이 성행해 국민 세금만 축내는 지역개발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선 경제특구 추가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외자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염불보다는 선거와 지역 정서, 땅값 상승과 개발 이익이라는 잿밥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경제특구 추진 방향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는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영리병원 허용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제도적 여건을 대폭 보강해줘야 한다. 동시에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자를 곳은 과감히 자르고 키울 곳은 키우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개발 가능성이 낮은 일부 특구는 퇴출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경제특구를 확실하게 손질하지 못하면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처럼 두고두고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