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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비판의 회초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수준 낮은 깡패 축구를 반대한다." vs "수준 낮은 김남일 안티(anti)를 반대한다." 월드컵 때 활약한 우리나라 축구 대표 선수 김남일(25·전남)의 경기 스타일을 반대하는 '안티 김남일' 사이트와 이를 반대하는 '안티 김남일 안티' 사이트를 개설한 목적이다. 지금 인터넷에선 다양한 분야의 안티 사이트가 생겨나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튀어 보이려고 만든 반사회적인 사이트도 적지 않다. 안티 사이트로 대표되는 사이버 안티 문화를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안티 사이트와 비판 문화

"짐이 곧 국가"라고 칭한 프랑스의 절대군주 루이 14세(재위 1643~1715)도 안티 사이트에선 한낱 통렬한 비판의 대상이다. 국제적으로는 동물 학대를 반대(www.anticruelty.org)하거나 밸런타인 데이의 허구성을 고발할 수도 있다.

사이버 안티 활동은 이처럼 성역이 없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안티 사이트는 또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지난 6월 중순 발생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 사고 등 사회적 관심사를 빠르게 반영한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동조하는 네티즌을 결집해 강력한 자기 목소리를 낸다. 이들 안티 사이트는 현재 개설이 쉬운 '카페(cafe)' '클럽(club)' 등의 커뮤니티 형태로 급증하고 있다.

안티는 사전적으론 '반대·적대·대항·배척'의 뜻이 있다.

안티 사이트는 초창기엔 상대적으로 약자나 피해자들이 인물·상품·종교·기업·단체·국가 등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거나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안티 문화가 확산하면서 특정한 대상의 모순을 바로잡아 이를 발전시키려는 한층 넓은 개념의 안티가 나타났다.

그러나 부정적인 기능도 만만치 않다. 익명성을 악용해 언어 폭력을 일삼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거짓 정보를 퍼뜨려 다른 네티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가 많은 카페 형태의 안티 사이트들은 그 대상이 주로 연예인들로 인신공격성 비판과 반대를 위한 반대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이버 문화로 자리잡은 안티 사이트를 통해 건강한 비판 의식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 넓히기

①월드컵 땐 응원 뒤 쓰레기 뒤처리를 잘해 세계를 감동시켰으나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마다 쓰레기가 산더미를 이룬다고 한다. '안티'해야 할 우리의 시민정신이다.

오늘자 신문 기사에서 '안티'하고 싶은 내용이나 인물을 한 가지씩 정하고 친구들끼리 그 이유를 돌아가며 발표한다.

②참여하고 싶은 안티 사이트 다섯 개를 정한 뒤 각각의 이유를 든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관심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건전한 비판 대열에 동참해 본다.

③(중등 고학년 이상)서울의 청계천 복원이나 반미감정 등 양면성이 있는 사회 문제를 한 가지 정해 개학 뒤 급우들과 찬반 토론한다.

단, 일정한 시간 동안은 한 사람만 찬성(반대) 입장에 서고 나머지는 그 반대 입장에서 공세를 취한다.그 뒤 다시 찬반 동수로 토론한다.

④(고등)안티 사이트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살펴보고, 앞으로 사이버 안티 문화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1천2백자 안팎으로 논술한다.

이태종 기자

※도움말 주신 분=어기준(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helper@computerli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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