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보다 더작은 LPGA 최단신 장정"얕보면 다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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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 등록된 정회원 가운데 가장 키가 작은 선수가 한국의 장정(22·지누스)이다. LPGA 선수 편람에는 1m57㎝로 소개돼 있지만 실제 키는 1m52㎝ 정도다.'수퍼 땅콩' 김미현(25·KTF)이나 '영국 땅콩' 앨리슨 니컬러스보다 더 작다.

12일 새벽(한국시간) 스코틀랜드 턴베리골프장(파72·5천8백96m)에서 끝난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장정은 공동 4위에 올라 '키 작은 골퍼도 일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턴베리골프장과 같은 영국 지역의 링크스코스(바다에 연해 있는 코스)는 장정으로서는 매우 불리한 코스다. 수시로 비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악천후를 견디는 데는 덩치 크고 힘 좋은 선수가 더 유리하다. 게다가 장정처럼 키가 작은 선수들은 신체적 특성상 백스윙 때 아크를 눕히는 플랫스윙을 택하게 마련이다. 플랫스윙은 런이 많기 때문에 비로 페어웨이가 젖으면 그만큼 거리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스코틀랜드의 비바람에 맥없이 무너져 컷오프됨으로써 링크스코스의 어려움을 실감해야 했다.

'작은 거인' 장정은 지난해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컷오프의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도 1오버파로 65위까지 밀렸다. 개막 전에 내린 많은 비로 페어웨이가 젖어 있었던 영향이 컸다. 장정은 그러나 날씨가 맑아져 코스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2라운드에서는 3언더파 69타를 기록했으며(공동 33위),3라운드에서는 버디 8개를 잡아내는 등 6언더파 66타의 맹타를 휘둘러(공동 10위)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장정은 2년 전인 2000년 조건부 출전권을 얻어 LPGA 투어에 입문, '톱10'에 다섯차례나 들며 지난해부터 전 경기 출전권을 따냈지만 많은 대회를 쉼없이 뛰다보니 스윙이 흐트러졌다.

올 시즌에 대비해 지난 겨울 미국의 1백대 레슨프로 가운데 한명인 칼 라비토를 코치로 택한 장정은 상체를 더 많이 비틀어 공을 때리는 새 스윙을 익혔다. 그러나 김미현처럼 장정도 새 스윙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초반 6개 대회에서 세번이나 컷오프되는 등 혼선을 빚어오다 이번 대회 들어 새 스윙의 진가를 보여줬다.

한편 호주의 카리 웹은 합계 15언더파 2백73타로 대회 세번째 우승과 함께 올시즌 2승째를 기록했다. 카리 웹의 우승으로 LPGA에는 소렌스탐·박세리·웹의 '빅3' 시대가 만개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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