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상큼한 '과학과 미래'섹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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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30일 과학기술부는 '2001년도 과학기술 연구개발 활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연구·개발(R&D)투자액은 16조1천1백5억원으로 2000년보다 16.3% 늘어났다. 국내총생산(GDP)대비 2.96%로 사상 최고치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R&D 투자비율은 3%를 넘어설 전망이다. 과학기술계에 더없는 희소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절대 규모는 아직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 민간 부문의 투자는 물론 정부예산도 늘려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수치상의 기록 달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는데, 중앙일보는 '과학기술 투자 선진국 멀었다'(31일자 51면)에서 국제학술지 발표 논문수, 세계 1등상품 보유 건수 등을 주요국가들과 비교함으로써 투자가 필요함을 간결하게 보여주었다.

8일 실시된 전국 13개 지역 재·보선은 29.6%라는 수치스런 투표율을 기록했다. 국민의 정치적 혐오감이 극에 달했음을 잘 말해 준다. 정쟁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투표율 저조를 정치권의 행태에 대한 환멸이나 호우 피해로 인한 분주함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그래서 '재·보선 민의에 담긴 뜻'(8월 9일자 2면)이란 사설 중 "저질 정치의 악순환 요인에는 낮은 투표율도 있음을 유권자들도 깨달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돋보였다.

지난 8일 재해대책본부는 "올해 집중호우는 지난해보다 심각했지만 인명과 재산피해는 줄었다"고 발표했다(9일자 26면). 예년에 없던 복구 및 재발 방지비가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한다.'상습 침수 중랑천 올해는 오명 씻나'(9일자 26면)에서 공무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 것은 바람직했다.

지난 6월 경기도 양주군에서 미2사단 소속 장갑차에 치여 두명의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은 형사 재판권을 한국에 넘길 것을 미군에 촉구했다(9일자 2면).다음날 한미연합사 사령관의 공식사과와 "이같은 사고가 앞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10일자 25면). 그러나 정치권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그친 것은 아쉬움을 남겼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포함해 관련 사안을 한발 앞서 챙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심도 있는 기획물을 기대한다.

다소 시간이 지나긴 했지만, 중앙일보는 지난달 31일자(45~52면)에 'Science & Future'라는 이름의 새 과학섹션을 선보였다. 이름 그대로 '과학과 미래'를 함께 담아내려는 시도로 보인다. 첫 호에선'고대의 공룡''별자리 여행''줄기세포' 등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조명했다. 과학기술계의 현안인 이공계 기피현상과 과학기술인의 사기 저하 문제도 꾸준히 다룰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요즘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날카로워진 게 사실이다. 보도 태도에 대한 의문이 종종 제기된다. 국익을 위해서는 언론이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 언론은 늘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언론의 권력비판 한계는 어디인가'(10일자 22면)라는 중앙일보 법률자문위원들의 좌담은 언론 자신과 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 유익한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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