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6조원 규모 '수도권 대기 개선'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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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사는 주부 박인주(34)씨는 오랫동안 망설였던 공기정화기를 큰 마음 먹고 구입했다. 가계 걱정으로 더 이상 미루다가는 소중한 가족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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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한 달째 계속되는 작은 아이의 감기가 먼지 탓인가 해서 열심히 청소하고 환기를 해봤지만 하루가 다르게 쌓여만 가는 거실 TV 위의 먼지를 바라보다 결국 정화기 매입을 결심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실제로 인터넷에 공개되는 환경부의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에는 방학동 지역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최근 한달 새 보름 이상 적정치(㎥당 70㎍)를 초과했다.

단국대 권호장 교수는 미세먼지 오염도가 71㎍인 서울 시민들은 40㎍ 수준인 제주도나 일본 도쿄 주민보다 평균 수명이 3.3년 짧다는 분석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심각한 수도권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가'10년 장기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총 6조원이 투자되는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10년 뒤인 2014년에는'맑은 날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를 훤히 볼 수 있는 수준'으로 대기오염이 개선될 것이라고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얼마나 심각한가=서울.인천.경기도에는 85개의 대기오염 자동측정망이 설치돼 있으나 2003년 모든 측정지점에서 미세먼지.오존 등 환경계수가 적정치를 초과했다. 환경부는 2004년 측정치를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미세먼지는 서울의 경우 2002년 ㎥당 65㎍(마이크로그램, 1000분의 1㎎)에서 2003년 69㎍으로, 인천은 52㎍에서 60㎍으로 각각 높아졌다. 이같은 오염도는 선진국 주요 도시와 비교할 때 1.7~3.5배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 평균 가시거리는 10㎞로 공업도시인 울산의 16㎞보다 훨씬 짧다.

?어떻게 개선하나=개선 대책은 크게 자동차와 사업장에 대한 대책으로 나눠진다.

자동차의 경우 2012년까지 노후 마을버스와 경유차 등 매연을 많이 뿜어내는 차량 110만대를 저공해차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특히 배출가스 기준을 못 맞추는 경유차에는 매연처리 장치인 '매연후처리장치(DPF)'와 '산화촉매(DOC)'장치 등을 부착토록 하고, 그래도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조기 폐차를 유도하기로 했다.

자동차 회사도 환경부가 이달 말이나 2월 중 고시하는 내용에 맞춰 수도권 지역에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일정 비율(1~2%로 예상)을 저공해 자동차로 보급해야 한다.

환경부 김신종 대기보전국장은 "당장은 운행 중인 차량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연가스 시내버스 보급에 장애로 작용했던 충전소 설치 문제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해소됐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없나=환경정의 오성규 사무처장은 "관련법 입법 과정에서 처벌 규정이 약화되고, 인력 및 예산도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목표 달성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염물질 배출 할당량을 초과한 기업에 물리는 부과금 단가가 입법 과정에서 절반으로 낮춰졌고, 중규모 사업장에 대한 배출총량제도 1년 늦춰졌다. 또 올해부터 경유승용차 시판을 허용하면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 조정은 2007년으로 늦춰 경유승용차 증가에 따른 오염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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