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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왜 사과부터 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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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에서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파동 문제가 거론됐다.

우선 이상주(相周)교육부총리가 "교과서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대통령과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총리는 이어 "근현대사 국사교과서는 4개 민간출판사에서 위원을 선정해 집필해왔다"면서 "교육부는 선정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부총리는 "근현대사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을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김대중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金대통령은 "보고한 내용대로라면 교육부에서 모르는 일이라고 하는데 사과부터 한 것은 잘못 아니냐"고 했다. 이를 전한 신중식(申仲植)국정홍보처장은 "매우 강한 질책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질책'얘기를 전해들은 청와대는 "대통령이 질책했다는 설명은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다시 해명했다. 절차적 잘못에 대한 문제제기였고 토론 수준이었을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청와대 관계자가 다시 전한 金대통령의 발언은 이렇다.

"현직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교과서에 포함시키는 것은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부 보고와 같이 민간에서 집필하고 검정절차를 거친 이후 이제 교육부가 검토해야 하는 시점에서 교육부총리가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은 마치 교육부가 잘못한 것처럼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이어 金대통령은 "겸손한 것은 좋지만 정부가 그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임기 말을 맞아 '평가' 문제에 예민해진 金대통령의 정서가 드러난 장면"이라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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