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선택의 묘미 놓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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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일 치르는 8·8 재·보궐선거에 담긴 정치적 파괴력은 엄청나다. 선거 지역이 13개여서 규모면에서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더니 이제 '미니 대선'으로 의미가 격상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압승하면 이회창 후보의 정국 장악력은 파죽지세가 될 것이고, 반대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신당 창당의 소용돌이에 꼼짝없이 휘말리게 된다. 반면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면 후보의 기세는 한풀 꺾일 것이고, 후보는 재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 그만큼 매력있는 정치 상품이 행운처럼 유권자에게 주어져 있으며, 그들의 선택을 다른 지역 국민은 은연 중 주시하고 있다.

8·8 재·보궐선거는 한나라당이 내건 '부패 무능정권 심판론'이 계속 힘을 쓰는지, 아니면 민주당이 들고나온 '이회창 5대 의혹'이 먹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회다.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싼 '병풍(兵風)'이 민심 속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5년 전에 써먹은 소재를 재탕하는 비열한 정치공작이라는 한나라당의 반박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줄지, 반대로 병역 의혹은 끝까지 들춰내 따져야할 시효 없는 문제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지가 관심이다. 장상 총리서리의 임명동의안 부결로 부각된 DJ정권의 인사실패를 문제 삼을지, 아니면 거대 야당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발동할지도 주목 대상이다.

문제는 투표율이다. 휴가철인데다 임시공휴일이 아니어서 투표율이 6·13 지방선거(48.8%) 때보다 훨씬 저조할까 선관위는 걱정한다. 지난해 10·25 재·보선(세곳) 때는 41.9%였다. 투표율이 낮으면 민심 왜곡에다 대표성 약한 후보가 당선돼 그에 따른 폐해가 고스란히 유권자들에게 돌아온다.

이번 재·보선은 선택의 다양한 묘미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케이스다. 투표장에 나가기 앞서 대선정국 차원의 의미를 살펴보고, 거기에다 후보들의 인물·경력과 정책 비전을 비교해 고르면 한 표의 쾌감은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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