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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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내 집 속의 땅바닥 틈새엔 쥐며느리의 집이 있고 천장엔 쥐들의 집이 있다 문밖을 나서면 집 앞의 나무 위에 까치의 집이 있고 문 앞의 바위 밑엔 개미들의 집이 있고 텃밭엔 굼벵이들의 집이 있다 산은 나무들의 집이다 나무 사이엔 새들과 숱한 곤충들의 집이 있다 들판은 풀들의 집이요 시내는 물고기의 집이다 하늘은 구름의 집이요 우주는 별들의 집이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의 집이다

-유승도(1960~)'집'

집 우(宇), 집 주(宙). 온누리가 다 '집'이다.나무 하나가 수천·수만의 가가호호(家家戶戶)를 거느린다. 산 하나에 억조창생(億兆蒼生)이 산다. 집 한채를 짓거나 길 하나를 놓자면 엄청난 이재민이 생겨나는데, 수용소도 없고 구호계획 마련조차 없다. 환경문제가 별 것인가. 남 생각도 하며 살자는 것일 터! 세상에는 사람만 사는 게 아니다.

윤제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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