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이 돌보는 白衣 천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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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우진이는 우리 간호사 모두의 꿈과 희망입니다."

5일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부천 세종병원 중환자실. 수간호사 이혜숙(李惠淑·40)씨 등 간호사 10여명이 병상에 누운 김우진(2)군의 기저귀를 친부모처럼 따뜻한 손길로 정성껏 갈아주고 있다.

우진이가 이곳 중환자실에 온 것은 2년 전.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부모와 함께 황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한차례 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병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진이는 두 살이 됐지만 심장이 기형인 탓에 또래와는 달리 혼자 걷지 못하고 우유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속으로 호스를 넣어 음식을 공급받으며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우진이는 입원한 지 8개월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친부모의 간호를 받았으나 어느 날 부모는 "집에 어려운 일이 생겼다"는 말을 남긴 채 떠나버린 뒤 연락이 끊겼다.

이때부터 우진이는 간호사들에게 친조카·늦둥이 동생·친아들이 됐다. 이유식 먹이기에서 목욕, 놀아주기, 걸음마 연습까지 간호사 70여명이 3교대로 나눠서 했다.

지난 2일은 우진이의 두 돌. 간호사들은 우진이에게 한복과 예쁜 장난감을 선물로 줬다, 하지만 생일을 축하해 주는 부모가 곁에 없는 우진이가 안쓰러워 눈물을 훔치는 간호사들도 있었다.

우진이는 심장병 치료를 위해 앞으로 두세차례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술을 하려 해도 부모 동의 없이는 할 수가 없고, 후원기관에 맡기려 해도 친권포기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상황이다.

병원측은 고심 끝에 부천시와 협의해 우진이가 앞으로 정상적인 어린이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회단체를 찾아 보육을 맡기기로 했다. 세종병원 박영관(朴永寬·62)이사장은 "우진이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앞으로 사회단체에 맡기더라도 진료와 수술을 무료로 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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