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現정부 평가'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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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현 정부에 대한 편파 평가 논란을 일으킨 내년도 고교 2·3학년용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와 국정인 중 2·3, 고 1학년용 국사교과서 내용 중 현 정부에 대해 기술한 부분이 빠질 전망이다.

또 이번에 부적격 처리된 교과서의 재검정 과정에서는 기존 검정위원들을 전원 교체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일 "교과서 중에서 편파 시비를 일으키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기술 내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6일부터 시작되는 탈락 교과서 재검정을 앞두고 검정위원들을 교체하는 문제도 다음주 열리는 역사학계 회의에서 자문한 뒤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논란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본다.

◇문제점=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의 편파 기술 논란의 핵심은 현 정부가 현행 검정제도를 이용해 스스로를 미화하려 했느냐로 압축된다.

교육부도 검정에 통과한 4종의 교과서 중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등이 만든 2종의 교과서는 전·현 정부에 대해 편파 기술 정도가 심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현 정부 미화를 위해 집필자나 검정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한다.

그러나 교과서 집필 과정이나 검정 심사 과정을 보면 교육부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출판사들에 제시한 '집필상의 유의점'에는 현 정부에 대한 서술 여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 '역사학계에서 정설화한 것을 중심으로 내용을 선정하라' '편협한 내용이나 편향된 이데올로기적 내용에 대한 서술은 지양하라' 등 일반적인 수준이다.

출판사와 집필자들이 '검정 통과'를 의식해 현 정부에 대해 치적 중심으로 기술할 개연성이 있음에도 교육부가 이를 사실상 방치한 셈이다.

검정 과정에서 이런 오류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다.이번 검정에 참여했던 검정위원들은 "현 정부 서술 부분에 대해선 검정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확인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에 대한 미화 여부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행 검정위원 선정 방법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추천받은 검정위원 후보를 3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전문성 등을 이유로 직접 선정한 교수들을 끼워넣음으로써 교육부가 자의적으로 검정위원을 선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책=역사교과서에 현 정부에 대한 내용은 기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중앙대 권중달(사학과)교수는 "현 정부에 대한 역사 기술은 미화로 흐를 가능성이 큰 만큼 최소한 한 세대는 지나야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과서 검정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잠재적 외압에서 벗어난 공정한 검정을 위해서는 검정위원을 공개 추천하고, 명단도 밝혀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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