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사촌' 가시오가피 스트레스 극복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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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가시오가피가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물리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나왔다. 가시오가피는 월드컵 한국 대표선수들이 먹어 관심을 끌었다.

가시오가피는 인삼과 같은 두릅나무과 식물. 따라서 흔히 인삼의 사촌으로 불린다. 중국 의약서 본초강목엔 "한줌의 가시오가피가 있다면 수레 가득한 금·옥이 쓸모 없다"고 기술돼 있을 정도. 동의보감엔 "몸이 가벼워지고 노화를 더디게 한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 인삼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한국의 대표 약용식물로 꼽는다.

지난달 ㈜한국자연과학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세계적인 가시오가피 전문학자 독일 힐데베르트 바그너(73·전 뮌헨대 약대 학장)박사는 가시오가피의 뿌리·줄기 등에 든 아답토겐을 스트레스 완화 성분으로 지목했다.

아답토겐은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환경 적응 능력과 항상성(恒常性)을 높여주는 물질. 19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를 기능성 식품 성분으로 허가했다.

가시오가피에 든 엘레우테로사이드 E란 성분도 스트레스 완화·피로 해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너 박사는 "미국에서 가시오가피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는 것도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소비자에게 인정됐기 때문"이라며, "중국산·러시아산에 비해 한국산에 스트레스 완화 성분이 4~6배 더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20여종의 한국 약용식물을 분석·연구한 한국통.

한국산 가시오가피에 대해 연구하게 된 동기를 묻자 "한국엔 우수한 약용식물 자원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러나 생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품질·안전성·효능)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답변했다.

모든 생약 제품이 같은 성분·약효·안전성을 갖고 있어야 상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데 아직은 제품마다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아르메니아 정부의약기술원(ADMTA) 알렉산더 파노비안(53)부원장은 "잠수부에게 가시오가피를 장복(長服)시켰더니 물 속에 훨씬 더 오래 머물렀다"며 "가시오가피가 우리 몸속의 엔돌핀 분비를 늘려 운동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진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충남 논산의 함박재 가시오가피농장 등 자연재배 군락이 성공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의 가시오가피 생산 기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시오가피는 현재 러시아·중국 등에서 국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서도 보호 야생식물로 지정돼 산에서 함부로 채취할 수 없다.

한편 가시오가피와 오가피는 학명이 다른 식물이므로 직접적인 성분·약효 비교는 무의미하다고 두 외국 전문가는 지적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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