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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모시 日에 첫 수출 충남 서천군 권예식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올해로 39년째 한산모시를 짜고 있는 권예식(權植·54·여·충남 서천군 화양면 월산리)씨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요즘처럼 모시 짜는 일이 즐거운 적이 없었다.

한산모시 직물 기능인 가운데 처음으로 일본에 모시제품을 수출하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權씨는 다음달 말까지 한산모시 10필(疋)을 짜서 일본기모노 제조회사인 마사오사에 납품한다. 한산모시가 기모노 원단으로 쓰이게 된 것은 權씨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사오사 관계자들은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섬유박람회에 소개된 한산모시의 우수성에 반해 4월에 모시 원단을 구하기 위해 한산을 찾았다. 그들은 "몸에 달라붙지 않고 여름에 입어도 시원한 데다 기모노 원단인 비단보다 가격도 싸 인기를 끌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작업 제품의 경우 비단을 원단으로 만든 기모노의 가격은 소형자동차 한대 값과 맞먹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들어온 한산모시 원단은 규격(폭 30㎝·길이 22.6㎝)이 기모노 제작에 부적합한 게 문제였다.

회사측은 모시 직물 기능인들에게 원단 폭을 38㎝로 늘이고 길이는 14.2m로 줄여 새로운 형태로 짜줄 것을 요구했다.

기능인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직물 기계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데다 지금까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權씨는 "힘들지만 성공한다면 수출길을 열어 사양길에 접어든 모시산업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흔쾌히 주문에 응했다. 權씨는 곧바로 일본 기모노회사와 한필에 2백7만원씩 모두 10필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그는 주문 물량을 대기 위해 베틀과 바디 등 모시 직물 기계를 모두 새로 제작했다.

權씨는 "종전 모시 원단 폭은 사람 어깨넓이와 비슷해 짜는 게 비교적 편했는데 계약 원단은 너무 넓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모시 원단 한필 제작에 걸리는 기간(2주)이 종전보다 2배나 더 걸렸다고 한다.

2년 전 한산모시문화제 모시품평회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뛰어난 직물 기술을 갖고 있는 그는 "일본 수출을 계기로 한산모시가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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