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애플이 한국 기업이면 좋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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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졸지에 애플의 ‘물귀신 작전’에 끌려들어간 경쟁사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회견의 기폭제 역할을 한 컨슈머 리포트는 “보호 케이스 무상 제공은 첫 조치로는 괜찮은 것”이라면서도 장기적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아이폰4를 계속 추천제외 대상으로 분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쟁사들 발끈=아이폰의 경쟁제품인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RIM(리서치인모션)은 17일 공동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잡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반박하는 공식 성명을 냈다. 아이폰의 안테나 문제를 “모든 스마트폰 업계가 공유하는 문제”로 확대한 잡스의 주장에 발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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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명서에서 RIM은 “애플이 스스로 만든 문제에 RIM을 끌어들인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블랙베리를 쓰는 고객들은 안테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애플처럼) 케이스를 쓰지 않는다”면서 “애플은 다른 브랜드를 끌어들이려 시도하기보다는 자신의 디자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토로라의 공동 CEO 산제이 자도 e-메일 성명에서 “모든 스마트폰이 아이폰 정도의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체 조사 결과 ‘드로이드X’는 ‘아이폰4’보다 성능이 낫다”고 주장했다.

◆디자인 집착이 만든 화?=애플의 제품에서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집착도 유별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스는 처음 아이폰4를 소개하며 “우리가 만든 제품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오히려 화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스위크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애플의 수신 불량 논란은 잡스가 기발하고 멋진 디자인에 치중하다 기능 문제를 소홀히 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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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이런 문제가 사전에 제기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최근 보도했다. 애플의 선임 안테나 엔지니어인 루벤 카바예로 등이 이미 지난해 아이폰4가 수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잡스에게 경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잡스는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해 “전적으로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한편 초기 원인 파악과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잡스는 “사람들은 잘나가면 무너뜨리려 한다. 구글을 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미국 회사가 아니라 한국 회사였으면 좋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애플에 쏠린 관심과 일부의 시기심이 문제를 부풀렸다는 얘기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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