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식 특검 “판사든 국세청이든 비리는 차별없이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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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스폰서 검사’ 의혹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임명된 민경식(60·사진)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의혹이 나온다면 판사든, 국세청 사람이든 검사가 아닌 다른 직군의 전·현직 공무원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16일 밝혔다. 민 특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건설업자 정용재(52)씨의 폭로와 관련해 모든 전·현직 공무원에 대한 수사 권한이 특검법에 명시돼 있다”며 “지금까지 거론된 검사들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백지 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아홉 번째인 이번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정씨가 검찰 등에 낸 진정 및 언론 제보와 관련된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 등 전·현직 공무원들의 불법자금·향응수수 및 직권남용 의혹 ▶이와 관련해 특검법 시행 전에 제기된 진정·고소·고발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민 특검은 앞으로 20일 동안 특검보 등 수사진을 갖추고 사무실을 마련하는 준비 기간을 갖는다. 본격적인 수사는 다음 달 5일께 시작될 예정이다. 수사 기간은 35일이지만 20일 연장할 수 있어 최장 55일간 수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늦어도 9월 말까지는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민 특검과의 일문일답.

-특검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나.

“망설이다 내린 결정이다. 변호사 활동을 멈추면 개인으로서 수입이 줄고 의뢰인 입장에서도 진행 중인 사건에 맥이 끊겨 손해다. 오늘 대통령도 임명장을 주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국가가 시킨 일이니 사명을 다하려 한다.”

-혐의 입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래된 일이 많아 혐의 입증 자체가 어렵다는 말을 나도 들었다. 혐의를 밝혀낸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난 일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힘들 것이란 생각은 버리고 해보는 데까지 수사하겠다는 각오다.”

-수사가 잘 되지 않으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 텐데.

“그런 선입견 없이 철저히 수사하는 것만이 국민들을 위한 길이라고 본다. 정말 열심히 수사했는데도 기소할 게 아무것도 없다면 그걸 결과물로 내겠다. 여론을 의식한 억지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국민이 분노하면 받아들여야지, 방법이 있겠나. 그렇다고 내가 누구를 봐주는 사람은 아니다.”

-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와 재판이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 관련자를 불러서 진술을 듣고 기록과 여러 정황을 토대로 판단하면 된다. 검찰에서 해결 못한 걸 수사해 본다는 게 특검 제도의 취지니까 어쩌면 판사 출신이 하는 게 더 적합할 수 있다.”

-특검 임명 전에 이번 사건을 지켜본 느낌은.

“의혹을 폭로한 정씨의 진술이 모두 맞을 것이란 생각은 안 했다. 접대 내용을 다 장부에 적었다는 것도 이상하다. 수사 대상인 검사장들도 정씨를 전혀 모른다고 처음에 발뺌한 걸 보면 그들의 말 역시 진실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선입견을 갖고 수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수표 추적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의혹들을 검증할 것이다.”

-새로운 피의자가 나올 가능성은.

“그런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하겠다. (특검법 내용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번 특검의 수사 대상은 정씨의 제보와 관련된 전·현직 공무원들의 불법 자금 등 의혹이다. 그래서 판사든 국세청 사람이든 비리 공무원이 발견되면 차별없이 수사하겠다.”

최선욱 기자

◆민경식 특검=대전고와 연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10기)한 뒤 서울민사지법과 서울고법 등에서 11년간 판사로 재직하다 9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KBS 자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부 형사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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