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속 "심판""견제"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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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8·8 국회의원 재·보선 합동 연설회가 휴일인 28일 13개 선거구 중 11개 지역에서 열렸다.

휴가철인 데다 30도가 훨씬 넘는 폭염 탓에 후보 측이 동원한 '박수부대'를 제외한 일반 유권자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지지후보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세장을 대거 빠져나가는 구태도 여전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부패정권 심판론'을, 민주당 후보들은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론'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 상호간의 비방전도 치열했다. 8·8 재·보선을 정국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는 각 당 지도부는 전략 지역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부패정권 심판해야" "일당독주 막아야"=한나라당 후보들은 일제히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초점을 맞췄다.

종로의 박진(朴振)후보는 "이 정권은 대통령 아들 삼형제·친인척·측근·아태재단까지 총동원돼 국가 기강을 무너뜨렸다"며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하남의 김황식(金晃植)후보도 "장성한 아들이 아파트 베란다에 수십억원을 감췄다가 들통이 났는데도 청와대 부모가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았다면 공범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영등포을의 권영세(權世)후보는 "민주당은 정권 초기에 잘 나갈 때는 여당임을 내세우더니 선거철이 되니 자신들과 대통령을 분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견제론'을 들고나왔다.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마저 한나라당이 싹쓸이한다면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가 이어질 것"(광명 南宮鎭후보), "마치 벌써 집권을 한 것처럼 오만한 한나라당의 후보에게 표를 줘선 안된다"(영등포을 張琪杓후보)고 목청을 돋웠다.

한나라당 이회창(會昌)대통령 후보와 관련된 의혹들도 앞다퉈 제기했다.

張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국세청 사건·호화 빌라 게이트·안기부 자금 유용의혹 등을 볼 때 한나라당이야말로 태생적 부패정당"이라고 비난했고, 종로의 유인태(寅泰)후보는 "후보는 서해교전 부상병의 손을 잡기 전에 자식들 군대 안 보낸 것에 대해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세지는 상호 비방전=하남의 민주당 문학진(文學振)후보는 한나라당 김황식 후보에 대해 "서울 명동에서 태어났으면서 경기도 광주에서 출생했다고 허위기재했다"고 주장했으나 金후보는 "광주 출신이 맞다"고 반박했다.

광명의 南宮후보는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후보에 대해 "서울 강남에 살다가 선거 때만 되면 광명에 나타난다"고 비난했다.

全후보도 역공에 나서 "가신정치·측근 정치가 판쳐 나라를 망친 이때 최측근 가신은 공직출마에 앞서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자숙하는 게 도리"라고 공격했다.

◇총력지원 나선 지도부=이회창 후보는 오전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종로에 출마한 박진 후보 부부와 함께 미사를 봤다.

서청원(徐淸源)대표도 하남과 서울 영등포을 합동연설회장을 차례로 돌았다.

민주당 노무현(武鉉)대통령 후보는 오전 종로구 명륜동의 배드민턴 공원을 찾아 바닥표를 훑은 데 이어 오후엔 종로 합동연설회에 참석했다.

한화갑(韓和甲)대표도 하남지역을 돌며 지원활동을 벌였다.

서승욱·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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