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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的언어로 채운 사랑의 빈자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흑백 사진 한 장과 같은 소설이 모인 소설집이다. 짧은 단편 11편을 묶은 이 소설집은 헤어진 옛사랑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음미하듯 심야에, 라디오를 켜놓고 봐야 제맛이다. 등장인물들은 한결같이 무덤덤하고 수동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재미나거나 아니면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안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산문 혹은 시적인 문장과 문장의 이어짐에서 하나의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독자에겐 어울릴 듯하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들 세계에 출몰하면서, 소통하려는 의지를 북돋지 않으면서, 소통되는 것들에 가만 기울어지면서, 한 시절을 살았다.…이 책은 그런 내 마음의 산물이다"라고 설명한다. 남편이었던 소설가 김소진의 부재도 한 원인이었으리라. 그런데 왜 그 끝에 "죽을때까지 연인이고 싶은 S"라는 운명 돌파적인 문장을 썼을까?

'악마의 묘약'등 환상문학 고전들

셜록 홈스·아르센 뤼팽·애거사 크리스티 전집 등을 펴내며 국내 문학시장에 추리소설 붐을 일으킨 황금가지 출판사가 야심차게 기획한 새 시리즈. 그동안 주류 문학 시장과 평단에서 외면해온 환상·공포·SF 소설 등을 계속해 펴낸다는 계획이다. "환상 소설은 주류 문화에 가려지고 침묵당해온 것들을 다시 드러내며 통념과 사회 질서를 초월하는 또 다른 리얼리티를 보여준다"는 선언을 내세우고 있다. 1차분으로 고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인 호프만의 『악마의 묘약』, 호레이스 월폴의 『오트란토성』,애드거 앨런 포의 『아서 고든 핌의 모험』, 애트우드의 『시녀이야기』, 도리스 레싱의 『생존자의 회고록』, 파이스트의 『마법사』(4권), 『제국의 딸』(2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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