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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근 유화태도 南대선 의식한 포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의 저명한 북한 전문가이며 미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인 니컬러스 에버스타트(사진) 박사는 26일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서해교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장관급 회담 재개를 제의한 것은 오는 12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북한이 보인 유화적 제스처에 감춰진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북한의 조치는 서울과 워싱턴을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단기적 목표는 한국으로부터 쌀을 포함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남북대화 카드를 활용해 서울로부터 보다 많은 정치적 양보를 받아낸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아울러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이 증폭되기를 기대하는 의도도 감춰져 있다고 본다."

-보다 더 깊은 전략적 속셈은 없다고 보는가.

"한국의 다음 정권이 햇볕정책을 유지할지는 북한으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런 점에서 오는 12월 한국의 대선은 북한 지도부에 엄청나게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충수를 북한이 둔다면 그것은 북한으로서 치명적인 손실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의는 한국의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미국은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해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분열은 심각한 상황이다. 국무부 자체도 강경파와 온건파로 분열돼 있다. 온건파들은 이번 제의를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겠지만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강경파들은 대화를 재개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오는 31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북한의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만날지 불투명하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북·미 대화 문제가 국무부 차원을 벗어나 백악관 차원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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