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영혼이 동생 지켜줄 것"

중앙일보

입력

"부모님의 영혼이 막내 동생을 지켜줄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1960년대 유명 가수였던 고복수.황금심 씨의 장남 고영준씨가 2일 태국 푸껫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고복수씨의 3남2녀중 막내인 고흥선(41)씨가 약혼녀 이근순(31)씨와 푸껫에 왔다가 연락이 끊긴 것은 지난 24일 밤.성탄절 전야에 서울에 있는 친구에게 "좋은 곳에서 잘 쉬고 있다.27일께 들어가겠다"고 전화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씨와 약혼녀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다.그 대신 지난 1일 카오락의 가든 비치 주변에서 고씨의 한국 여권과 고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푸껫에서 한국인들이 참사를 당했다는 보도에 놀라 영준씨가 지난달 31일 현지로 달려와 여행사 직원.교민들과 함께 카오락 일대를 뒤진 결과다.

영준씨는 "여권 발견 당시 태국 경찰이 '비가 올 것 같다'며 당시 발굴된 10여구의 시체를 근처의 불교 사원으로 옮겼는 데 그중에는 동생이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2일 오후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푸껫의 병원들을 돌아다녔다."동생이 이국 땅의 병실에서 의식을 잃고 누워 있을 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교민들은 "흥선씨가 태국인 가이드를 만나 카오락으로 지난 21일께 들어간 것 같다"며 "카오락에서 끝까지 있었는 지 추적중"이라고 말했다.

영준씨는 병원에서 동생을 발견치 못하면 헬리콥터를 빌려 현장 주변을 샅샅이 뒤질 생각이다.그는"파도에 떠밀려 섬으로 표류돼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동생을 꼭 찾아서 데리고 가겠다"며 울먹였다.

한편 영준씨는 TV드라마 '모래시계''여인천하''호텔 리어'등의 주제곡을 만들어 지난 2001년 드라마 음악 감독상을 받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푸껫=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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