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나를 살리려면 한강 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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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나 홀로 선거운동’을 고수하고 있다. 이 후보가 15일 오전 은평구 대조동 골목길에서 차를 타고 가는 유권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7·28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 은평을. 민주당 장상 후보는 15일 중앙당 거물들의 지원을 받았다.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고문 등 ‘빅3’가 이곳에 총출동한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는 중앙당 지원을 사양하고 ‘나홀로 선거운동’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명함을 챙겨 주는 수행원 한 명만 대동한 채 새벽 5시 뒷산인 구산동 봉산 자연공원을 올랐다. 이어 대조동·역촌동 골목을 홀로 돌았다. 자전거에 ‘기호1번 이재오’라고 쓰인 파란색 깃발을 든 채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부근 은평뉴타운을 누비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는 인근 목욕탕에서 땀을 씻은 뒤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은평구 대조동 대조감리교회에서 무료급식 배식행사를 하는 것으로 출정식을 갈음했다.

그는 ‘지역일꾼론’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14일 안상수 신임 당 대표가 전화통화에서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묻자 “날 살리려면 한강을 넘지 말라. 내가 한강을 넘을 때까지 기다려 달라. 정치선거가 아니라 은평 지역선거로 치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중앙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총출동할 경우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부각돼 ‘전국선거’로 왜곡된다는 걱정에서 그런 것이다.

그는 이날 새벽 트위터에 “오늘도 열두 시가 넘었네. 죽어라고 뛰지만 문득 외로울 때가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말 안 가도 되느냐고 하는데 진짜 혼자 하겠다는데 사람들이 못 믿어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는 이 후보의 뜻을 받아들여 은평을에는 중앙당 차원의 지원활동은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15일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에서 민주당 장상 후보(왼쪽 셋째)가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학규 전 대표, 정세균 대표, 장 후보, 정동영 상임고문. [뉴시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장상 후보를 위한 총력 유세전을 폈다. 장 후보는 연두색 민주당 점퍼에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밤 늦게까지 은평을 지역 곳곳을 누볐다.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1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 거리유세와 퇴근인사를 10여 곳에서 하는 숨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15일 출정식에는 정세균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고문, 손학규 전 대표 등 당 간판 주자들과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출동했다. 이들은 “4대 강 행동대장 이재오와 이명박 정권을 장상으로 심판하자”며 ‘제2정권심판론’ ‘4대 강 심판론’을 소리 높여 외쳤다.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과 인사개입 의혹도 집중 부각했다.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6·2 지방선거의 민심을 받들지 않고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며 “재·보선에서 이 정권을 최종 심판해 국회와 국정을 바꾸고 4대 강 공사를 중단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공포와 강압의 구시대적 정치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막도록 민주당에 힘을 달라”고 했고, 정동영 상임고문도 “국민의 뜻을 무시하는 정권에는 다시 한번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새벽 5시 춘천에서 상경해 장상 후보와 함께 출근길에 나선 유권자들을 만나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에서 수원 장안의 판세를 뒤집고 민주당에 승리를 안긴 손 전 대표는 “내 선거처럼 뛰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장상 후보는 “민주당의 모든 스타들이 와서 출정식을 축하하고 격려해 줬다”며 “재·보선은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선거다. 누가 주인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정효식·강기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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