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기금으로 낸 주식 증여세 부과는 부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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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장학금으로 주식을 기부받은 장학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행정3부(이준상 부장판사)는 15일 구원장학재단(이사장 황필상)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식 기부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경제력 집중이나 경제력 세습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경제력 세습 등의 의도가 아닌 순수한 장학사업을 위한 것이므로 증여세 부과의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익법인(구원장학재단)이 국가를 대신해 공익사업을 수행함으로써 법 공동체 구성원들의 재정적 부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며 “공익법인이 공익사업과 관련해 마련하는 재원에 대해 조세를 부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조세 정의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황씨는 2002년 8월 모교인 아주대에 자신이 운영하는 ㈜수원교차로 주식의 90%(200억원 상당)와 현금 10억여원을 기증했다. 당초 주식을 모두 기부하려 했으나 아주대 측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에 난색을 표해 황씨는 10%의 주식을 돌려받고 기업을 계속 운영했다.

아주대는 황씨의 주식과 현금으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주식의 이익금 등으로 6년간 아주대·서울대·KAIST 등 19개 대학 733명의 학생에게 41억원의 장학금과 연구비를 지원했다.

그러나 수원세무서는 “주식 기부는 현행법상 무상 증여에 해당된다”며 2008년 9월 구원장학재단에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재단 소유의 재산도 압류했다. <본지 2008년 12월 10일자 12면>

황씨는 “순수한 기부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나라 망신을 시키는 것”이라며 “나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없도록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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