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사 마약이 약으로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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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동포와 외국인 근로자가 몰려 사는 서울 가리봉·구로·대림동 일대. 취재팀은 최근 이곳에서 30대 중국동포 마약상을 만났다.

그는 취재팀이 "마약을 사고 싶다"고 말을 건네자 옷 속에서 대마초와 생아편을 한뭉치 꺼내 보였다. "히로뽕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얼마나 필요하냐. 가격은 g당 20만원이다. 한국 마약상보다 훨씬 싸게 파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중국에서 사람들을 데려오거나(밀입국 알선), 이 (마약)장사를 해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 있는 마약 조직들이 마약을 밀수출만 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에 직접 들어와 파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마약 밀매·밀수로 적발된 중국 국적자는 8명. 경찰청 관계자는 "중국 마약상이 국내에서 포착되는 경우는 아직 드물다"면서 "하지만 이런 사례가 잦아지면 중국 마약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내 공안 당국이 중국 국적자·물품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면서 국내 마약조직이 중국으로 직접 사람을 보내는 사례도 적발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구속된 마약 공급책 金모(38)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金씨는 부산역에서 배회하는 무직자 郭모씨에게 접근해 숙식을 제공한 뒤 중국으로 보내 히로뽕을 가져오게 했다.

지난 12일 대구에서 적발된 히로뽕 공급조직인 '성일파' 역시 중국에서 직접 북한산(추정) 마약을 사온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중국에서 주로 히로뽕만 반입됐다. 하지만 2000년부터 마약 성분이 든 각종 유사(似) 마약이 밀려오고 있다.

유사 마약은 대부분 의약품이나 식품 형태로 들어오는 데다, 신종 합성물질이 함유돼 단속이 어렵다. 이들 유사 마약은 수입상가·건강원·미용실과 도심 길거리, 벽지의 약국 등에서 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분불납명편·안비납동편·상청춘·상주청·북방감초편 등의 이름으로 수입되는 유사 마약인 중국산 다이어트식품의 경우 상품마다 첨가제가 조금씩 달라 정확한 성분 분석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일본·중국·싱가포르 등지에서 중국산 다이어트식품을 복용한 여성들이 잇따라 숨졌다. 관세청 집계 결과 올 들어 6월 말까지 밀반입되다 단속된 중국산 다이어트식품은 41만여정. 지난해 같은 기간(11만여정)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이밖에 마약성분이 든 중국산 수면제·비아그라 등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마약수사관은 "대부분 소비자가 이런 것들이 유사 마약인 줄 모르고 복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건사회부 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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