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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가볍게 골고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노인들에게 운동은 '은행에 금을 넣어두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건강하게 장수를 누리는데 운동 만한 보약이 없다는 뜻.

특히 여름은 노인들이 운동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신체 기관들이 이완되어 있어 뇌졸중·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이나 골절·염좌(삠) 같은 운동손상이 적기 때문. 하지만 조건을 붙인다면 운동은 아침과 저녁 대기온도가 내려갔을 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교실 박원하 교수는 "노인들은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쉽게 탈수증이나 열사병에 빠지기 쉽고 또 회복도 느리다"며 "폭염 속에서 골프를 치다 사고가 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노년기 운동은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까.

첫째는 운동능력에 개인차가 심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은 청·장년의 운동지침을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반면 걷기조차 싫어할 정도로 신체활동이 적은 사람에게 갑자기 운동을 권하는 것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노인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운동강도에 유의해야 한다.

한국체육대 운동처방실 권대근 운동처방사는 "노인 운동은 최대 산소섭취량의 50% 강도로 주 3회 이상,1주에 1백40분 정도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러닝 머신이나 에르고메타(실내자전거)를 이용해 적정운동 강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둘째 노인들은 근력이 청년기의 절반 수준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25세 때 인체에서 근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그러나 75세에 이르면 근육량 비중은 15%로 줄어든다. 특히 가장 먼저 다리근육이 쇠퇴함으로써 신체활동이 감소돼 운동 부족에 의한 건강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따라서 속보와 같은 다리 운동은 필수.

셋째 관절운동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스포츠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젊은이들보다 스트레칭을 많이 하고, 준비 및 정리운동을 충분해 해 주어야 한다.

권 운동처방사는 "다리 운동을 중심으로 적절한 운동강도로 양손을 골고루 사용하는 게이트볼·체조·가벼운 수영 등이 좋으며, 속보시에는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요철이 없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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