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끝>한국 제대로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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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정부의 수도권 경제특구 개발계획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투자되는 경제특구 개발은 처음부터 가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자칫 국가적인 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마침 18일 열린 '경제특구 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온 토론내용을 중심으로 경제특구의 바람직한 추진방향을 짚어본다.

◇'선택과 집중'=경제특구 구상의 핵심은 영종도-김포-송도 신도시를 잇는 수도권의 '비즈 트라이앵글'이다. 그러나 정부안은 여타 지역까지 망라하는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각 지방의 요구와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을 의식해서다.

이와 관련, 한양대 최막중 교수는 "수도권을 규제한다고 해서 지방이 발전한다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수도권 경제특구를 선도적 거점으로 개발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김갑성 교수도 "경제특구를 남발할 게 아니라 수도권 특구를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점에서 중국의 푸둥 신취(新區)처럼 경제특구를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가특구', 지방정부가 개발하는 '지역특구(도·시·군 단위)'로 다원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확실한 기업천국으로=싱가포르 국립대학 신장섭 교수는 "한국의 경제특구 계획이 성공하려면 경쟁도시와 차별화된 확실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정쩡한 규제완화와 미지근한 지원책으로는 안된다는 얘기다.

崔교수는 "경제특구는 국내법과 관행에서 벗어나 국제적 기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개발·운영되는 경제치외법권지대가 돼야 한다"며 용어 자체를 '경제자치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무(無)규제·무세금·무분규 등 이른바 '3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중앙대 허재완 교수는 기업투자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도록 무위험을 포함하는 4무론을 역설했다.

그러자면 계획단계부터 수요자인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기업의 의사를 무시할 경우 경제특구 개발은 오히려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

◇충분한 규모로=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 경제특구는 경쟁도시인 홍콩·싱가포르·푸둥에 비해 턱없이 작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언오 상무는 "동북아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억평 규모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타 고려사항=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창재 동북아연구개발센터소장은 "특구 구상은 정파적·지역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국가적 대역사"라며 "범정파적·범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현 예총 사무총장은 "경제특구 내에 중국·일본·북한 등 동북아 각국의 문화가 자유롭게 교류되는 인프라와 국제적인 문화의 거리가 조성되어야 진정한 동북아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수·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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