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자금 손실액·상환방법 異見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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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적자금 손실 규모 및 상환 방법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연구원과 조세연구원 주최로 18일 서울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공적자금 상환대책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등에 대해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이에 따라 정부가 공적자금 상환 대책을 최종 확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연구원은 주제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재정에서 공적자금 이자로 5조5천억원이 더 들어가며 이를 추가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권영준 교수는 "공적자금 조성부터 사후관리까지 국정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실 규모=손실은 크게 공적자금 원금과 그동안 나간 이자, 앞으로 나갈 이자 등으로 나뉜다.

우선 정부는 원금 손실 규모를 69조원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책은행 출자금 10조원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나간 이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까지 나간 18조원만을 계산해왔다. 그러나 금융연구원은 새 상환대책은 내년 초부터 시행되므로 4월부터 올해 말까지의 9개월 동안 재정에서 나갈 5조5천억원의 이자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합치면 이자 손실만 23조원을 넘는다.

내년부터 발생하는 이자를 손실에 포함하느냐도 논란이다. 예를 들어 지금의 가치로 따져 1천만원의 빚이 있는데, 25년 동안 갚으면서 5백만원의 이자가 더 들어간다면 이를 지금의 손실에 더해야 하느냐는 문제다.

한나라당은 25년 동안 갚을 경우 이자만 1백3조원에 달하며 이를 손실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권영준 교수는 "현재 가치로 따지는 게 맞으며, 앞으로 발생할 이자가 얼마니까 손실이 더 커진다는 논리는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상환기간=정부는 공적자금을 한 세대 안에 모두 갚기 위해 상환기간을 25년으로 잡았다. 금융연구원도 같은 의견이다. 한나라당은 앞으로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환기간을 15년으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고려대 이만우 교수도 "대외개방으로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만큼 상환기간을 당겨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대 이창용 교수는 "50년 이상에 걸쳐 상환하는 게 좋다"며 "짧은 기간에 갚다 보면 현 세대의 세금 부담이 커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돼 결국 미래 세대가 더 손해를 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윤건영 교수도 "여러 세대에 걸쳐 걱정할 문제며 상환기간 25년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재정 분담 비율=정부는 원금 손실 69조원을 금융기관 20조원, 재정 49조원씩 분담케 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비율을 미리 정하지 말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입장이다.

권영준 교수도 "20조원과 49조원은 짜맞춘 느낌"이라며 "시장경제를 왜곡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해서 분담 비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이에 크게 반발한다. 조흥은행 지동현 상무는 "금융권 부담도 결국 납세자의 몫"이라며 "세금으로 내느냐, 예금금리를 덜 받느냐의 차이인데 세금으로 부담하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 부담 방법=정부는 모든 금융기관에 25년간 일률적으로 특별보험료 0.1%를 걷어 20조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인천대 황성현 교수는 "금융기관에 특별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손실부담 원칙에 맞으며 0.1%는 금융기관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교수는 그러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예금보험 제도를 흔드는 것은 곤란하며 특별보험료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은행들의 한국은행 지급준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지준율을 낮추면 통화량이 늘어 물가가 오르는 문제가 있다.

공자위 유재한 사무국장은 "일반보험료는 보험의 원리에 의해 결정될 것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낮출 대상은 아니다"며 "지준율은 한국은행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장은 "0.1%는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에 대해 별도 계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정 부담 방법=정부는 조세 감면을 줄이고 에너지 세율을 올려 24조5천억원을, 세출을 줄여 24조5천억원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금융연구원은 공적자금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으므로 법인세 일부를 공적자금 상환용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연구원은 지난해만 14조원에 달한 조세 감면을 줄이고, 농업·중소기업·사회간접자본(SOC)지출을 감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쓰다 남은 예산인 세계(歲計)잉여금 일부를 공적자금 상환용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대 이기영 교수는 그러나 "SOC 투자를 낮추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지므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축소해야 할 부분이 아니며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반박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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