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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기는 장기·지방채 투자 타이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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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는 채권에 투자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도 따라 오르기에 나온 말이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건 채권 값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럴 때 채권을 샀다가 팔면 손해가 난다. 채권 매매 수익을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만기까지 갖고 있는다 하더라도, 기다렸다가 금리가 오른 뒤에 채권을 사는 게 이익이다.

그래서 한은이 금리를 올릴 때는 채권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반기 중 한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지금은 채권에 눈길을 돌리지 말아야 할 때일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채권 전문가들은 “채권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채권을 수시로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채권형 펀드나 금리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기 채권에는 투자할 때가 아니지만, 5년 이상 장기 채권과 지방채는 ‘강추(강력 추천)’라고들 했다. 본지가 금리 인상기의 채권 투자 전략을 물어본 데 대한 응답이다.

삼성증권 정범식 리테일채권팀장은 “과거 한은이 장기간 금리를 올렸던 시기를 보면, 5년 이상 장기채권 금리는 첫 번째 기준금리 인상 때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에 장기 채권 금리는 실제 금리 인상 3~6개월 전부터 올랐다가, 정작 한은이 금리를 올린 뒤에는 슬슬 떨어지는 양상이 반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리가 정점이라는 것은 가격이 바닥이라는 뜻. 결국 지금이 5년 이상 장기채권 투자의 최적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역자치단체들이 발행하는 지방채가 대표적인 장기채권이다. 성남시의 지불 유예 선언 때문에 지방채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생겼지만, 이것이 오히려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 저가 매수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지방채의 위험도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에 문제가 생기면 중앙정부가 상환하도록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지방채는 사실상 부도 위험이 없다”는 게 채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본지 7월 14일자 e12면>

다음주에 발행되는 물가연동국고채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지난달 하순에 1년10개월 만에 발행을 재개했을 때는 수요가 몰려 총 발행액이 당초 정부 예상치(15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3330억원에 이르렀다. 채권 거래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분은 약 3주가 지난 14일 현재 가격이 3.46% 올랐다. 연리로 계산하면 약 78%의 고수익이다. 대우증권 윤여삼 연구원은 “이달에는 정부가 금리를 낮춰 발행할 것이어서 지난달 같은 고수익을 올릴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투자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회사채 중에서는 건설사의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파트 미분양 문제와 건설사 구조조정 등으로 업종 전반적으로 채권 가격이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다. 옥석을 잘 가리면 튼실한 회사의 채권을 싸게 살 기회라는 주장이다.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영업부 송준훈 부장은 “플랜트와 토목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채권은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반면 은행채는 투자 추천 대상에서 빠졌다. 만기가 1~2년 정도로 짧은 게 대부분이어서, 곧 이자율이 오르고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영증권 홍정혜 연구원은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가 은행들의 타 은행채 보유를 제한하는 쪽으로 규정을 손질하고 있다”며 “이 규정이 발효되면 은행채 수요가 줄어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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