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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 '관객 1백만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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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지난달 28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사진)이 14일로 전국 관객 1백만명에 근접한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흥행 기록인 '포켓몬스터'(2000년)의 57만명(전국)을 가볍게 따돌린 것이다.

현재 이 작품을 상영 중인 영화관은 전국 60여곳. 전국 기준으로 평일 평균 관객 4만여명, 주말에는 이 수치가 7만여명에 달한다. 13일 서울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만난 인천 계산여고 영화감상반의 한 학생은 "인근 영화관은 이미 매진이어서 친구들과 함께 아침 일찍 서울로 왔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 작품의 평일 관람객 수가 '스타워즈'의 3만명을 웃돌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센과 치히로…'의 홍보사인 영화인의 관계자는 "영화가 2시간이 넘어 주중 5회 상영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린이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센과 치히로…'의 흥행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베를린영화제 대상 수상에 이어 일본 내에서 최대 관객동원(2천4백만명)과 최고의 흥행수입(3백억엔, 약 3천억원) 돌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미야자키 감독의 농익은 이야기와 화려한 색채감이 주는 매력에 빠지는 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이 불법복제 비디오나 CD의 위협을 피한 것도 흥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에 국내 개봉된 미야자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이웃의 토토로'의 경우 작품성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개봉 시차도 컸지만 불법 복제품을 통해 볼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센과 치히로…'의 경우 일본과 개봉 시차가 짧은 데다 네티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는 평이다.

이같은 흥행 바람에도 불구,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최다 관객동원 기록을 가진 '슈렉'(2백35만명)을 따돌리기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드림웍스의 '스피릿'이 5일 개봉된 데 이어 디즈니의 '릴로와 스티치'(19일), 덴마크의 '어머 ! 물고기가 됐어요'(26일), 미국 폭스의 '아이스 에이지'(8월 9일)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애니메이션을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분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의 배급을 디즈니의 배급사인 브에나 비스타 코리아가 하고 있어 '릴로…'가 개봉되는 19일 이후에는 개봉 극장수도 줄어들 전망이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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