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급증'반발 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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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내년에 걷을 국세(國稅)규모를 올해보다 21.2%나 늘려 잡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세징수 규모 증가율은 벤처붐이 일었던 2001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10% 안팎을 유지해 왔었다.

국세에는 일반회계 예산으로 잡히는 소득세·법인세 등 내국세와 관세·교통세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특별한 목적으로 쓰기 위해 별도의 특별회계 예산으로 책정하는 주세(酒稅)나 전화세·교육세·농특세 등은 제외돼있다.

따라서 이런 세금들까지 감안하면 국민들이 내년에 피부로 느끼는 납세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무리한 산출 기준=정부가 세금을 얼마나 걷느냐는 것은 그해의 경제성장률과 직결된다. 경기가 좋아져 기업이나 국민들의 수입이 많아지면 그만큼 세금이 많이 걷히기 때문이다. 재경부가 내년 국세 징수액을 크게 늘려잡으면서 내세운 근거는 바로 9.2%로 전망한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인플레이션)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올해 예산을 짜면서 내놨던 경상성장률 전망치(8%)는 물론이고,주요 경제기관들이 전망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7~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내년도 경상성장률은 국채 이자율과 동일한 7.5% 안팎으로 잡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의 올해 전망치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실랑이를 벌였던 점을 고려할 때 재경부의 이번 전망치는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 늘렸나=세입 예산을 구성하는 두종류의 재원(財源)인 국세와 세외수입 중 세외수입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세외수입이 올해는 12조원이 넘었으나 내년에는 공기업 지분 매각·국채 발행 등이 어려워져 올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전년도에 쓰다 남아 다음해로 넘기는 세계잉여금도 2001년 4조5백여억원에서, 2002년에는 2조4천여억원(추정)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5월말 각 정부부처로부터 2003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을 넘겨받은 후 내년도 세출예산을 올해(1백12조원)보다 7% 증가한 1백20조원 수준에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세외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씀씀이를 이 정도 늘리기 위해선 국세 징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재경부의 판단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기획예산처는 재경부안을 검토한 뒤 최종 정부안을 만들어 오는 10월 2일 국회에 제출,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기획예산처는 가급적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세입·세출 규모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계획하고 있는 내년 세출예산 1백20조원을 확보하려면 국세징수 규모를 재경부안(1백13조7천여억원)에서 더 줄일 여지가 거의 없다. 현 상태로는 세외수입이 5조~6조원에 불과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과감한 세입·세출 조정안을 다시 만들지 않는 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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