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두자니 부실 염려… 막자니 경쟁 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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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은행들이 잇따라 대금업 진출 채비를 갖추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채시장의 고금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자칫 은행을 부실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한국금융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금융기관이나 사채업자가 돈을 빌려주는 소비자금융시장 규모는 3백64조~3백83조원이다. 이중 61조~80조 가량인 사채시장 규모를 포함, 급전대출 등 대금업의 시장 규모는 1백50조원으로 추정된다.

대금업 진출엔 특히 미국·일본계 업체들이 적극적이다. 미국계 씨티그룹의 씨티파이낸셜코리아는 최근 연 24~36%의 금리로 본격적인 대출업무를 시작했다. GE캐피탈도 올 하반기부터 대금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A&O와 프로그레스 등 일본계 대금업체 10여개사는 이미 4년 전부터 뛰어들어 성업 중이다.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신한·국민·한미은행 등이 추진 중이다.

외국계 대금업체들은 상법에 따라 등록만 하면 언제든지 대금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은행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자회사를 설립하려면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은행의 대금업 진출 허용 여부를 놓고 지난주 금감위 간담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졌다.

"금융 자율화 측면에서 필요하며,살인적인 사채시장의 고금리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문어발식으로 영업을 확장하고 고위험 신용대출에 나서면 건전성이 떨어진다"는 찬반 양론이 나왔다.

금감위 이효익 비상임위원(성균관대 교수)은 사견임을 전제, "은행은 기업금융에 치중해야 하고, 문어발식 확장은 위기능력을 저하시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허용에 반대한다"면서 "그러나 허용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은행의 대금업 경쟁상대인 상호저축은행을 제도적으로 지원, 은행과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오는 19일 다시 회의를 열 계획인데, 결국 허용을 하더라도 상당한 제한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선구·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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