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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 黨權 분리실험 중간점검]이회창 여전히 '총재' 黨운영 최종 결정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이 대통령후보의 총재직 겸임을 금하고, 총재직을 아예 폐지한 뒤 대표와 최고위원 체제로 전환한 이른바 '당권·대권 분리'를 단행한 지 10일로 두 달이 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5월 10일 전당대회에서 이회창(會昌)대통령후보-서청원(徐淸源)대표최고위원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총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된 당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정당 민주화와 분권화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후보가 총재로 있으면서 당무 전반을 책임지던 시절 당 안팎에선 '제왕적 야당 총재론'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박근혜(朴槿惠)의원의 탈당 명분도 '제왕적 체제'였고, 그의 탈당 이후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런 진통 끝에 도입된 새 체제는 외견상 순항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보와 徐대표의 역할 분담이 잘 돼 있고, 손발이 잘 맞는다"는 게 당내 다수 의원의 평가다.

박희태(朴熺太)최고위원은 "민주당과 달리 우리 당에선 후보와 대표의 갈등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과의 공방전에서도 후보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고, 정쟁(政爭)의 인상을 주는 사안은 거의 徐대표가 도맡았다.

후보는 남는 시간을 대민(對民)접촉과 민생챙기기 행보에 활용했다. 장마철을 앞두고 배수펌프장을 찾은 것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 운영에 '이회창 총재체제'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중요한 사안의 경우 후보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는 지난 7일 "국회 원(院)구성을 위해서는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한나라당은 국회 부의장 두 자리를 민주당과 자민련에 양보했다.

국회운영위원장직은 민주당에 내줬다. 이로써 국회는 40일 만에 정상화됐다.

전국구인 전재희(全在姬)의원이 경기 광명 보선에 출마키로 한 것도 후보의 설득 때문이라는 게 당직자들의 얘기다.

"당헌에 당권·대권 분리는 명시됐지만 후보는 여전히 총재나 다름없고, 3김(金)에 버금가는 당의 장악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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