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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추구형·애착회피형 만나면… 부부싸움 원초적 이유있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성격차는 부부가 헤어질 때 흔히 쓰는 상투어일까'.

최근 부부관계 전문 상담기관인 '부부클리닉 후'가 1백8명의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격차이가 41건으로 배우자의 외도 31건을 훨씬 웃돌았다.

이밖에 우울증 등 정서적 문제 10건, 의부·의처증 7건, 남편 폭력 4건, 성적(性的)인 부조화 4건의 순이었다. 어떤 다른 이유보다 성격차에 의한 갈등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어떤 성격 유형이 갈등을 유발할까.

병원측은 크게 네가지 형태를 제시한다.

첫째는 애착추구형과 애착회피형이 만들어내는 갈등. 애착회피형은 성장과정 중 부모의 방임이나 거절에 의해 적절한 애착형성이 이루어지지 못한 유형. 이들은 가능하면 상대방과의 접촉을 피하는 게 고통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애착추구형은 부모에게서 버림받았던 경험이 있어 배우자가 항상 옆에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따라서 한쪽은 사랑을 얻기 위해 무조건 조르고 매달리는 반면, 다른 한쪽은 이러한 배우자의 집착에 전혀 관심과 배려가 없어 갈등을 빚는다.

둘째는 탐색회피형과 탐색추구형 부부의 갈등. 탐색회피형은 부모의 과잉보호에 의해 압박감을 경험한 사람으로 배우자가 관심을 보일수록 부담을 느껴 거리를 유지한다.

탐색추구형은 성장과정 중 부모에게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 배우자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타입. 이들 부부는 애착갈등형에 비해 서로 탐구하고, 변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실패하면 좀더 대화가 잘 통하는 다른 파트너를 찾는 형태다.

셋째는 명령형과 수행형이 빚는 갈등. 명령형은 상대방을 마음대로 조정하려 하고, 비타협적인 반면 수행형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불확실한 주체성을 가져 배우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때 안전함을 느낀다. 우리나라 중년층에 가장 많은 부부갈등 유형. 개인의 행복권이 대두되면서 황혼 이혼의 배경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경쟁지향형과 수동적 타협형 부부의 갈등. 경쟁지향형은 성취 지상주의자로 좌절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자를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유형이다. 그러나 후자는 경쟁심과 능동적인 활동없이 성장해 매사 수동적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고 자기중심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갈등을 일으킨다. 경쟁지향형끼리 만날 경우에는 경제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이종헌 원장은 "성격차이에 의한 부부갈등을 장기간 방치하면 외도나 폭력·알콜 중독·홧병 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심리상담과 함께 갈등 예방 및 해소를 위한 대화의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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