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성 판치는 대중음악 위한 다섯가지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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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이제 7월. 월드컵도 끝났다. 많은 가수가 새 음반을 쏟아낼 태세다. 몇몇 인기 가수들의 음반이 좀 팔려 음반시장에 다시 반짝 햇볕이 들면, 사상 최악이라는 음반시장의 위기는 끝날 것인가.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남는다. 불황은 계속되고, 많은 기획자가 음반 제작을 단념하고, 특히 실험적인 새 뮤지션의 음반은 소개도 되기 어렵고, 철저하게 상업적인 음반만 판치고, 그래서 팬들의 외면이 심화돼 음반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이런 악순환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노래누리는 그동안 모두 스무번에 걸쳐 한국 대중음악의 이모저모를 이야기했다. 그에 대해 격려도 있었고 항의도 있었다. 어쩌면 흥망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 대중음악. 대중음악계에 드리는, 한 젊은 기자의 충심에서 나온 고언(苦言)으로 마지막 노래누리를 꾸민다.

첫째, 불법 복제와 mp3 문제에 이제는 사생(死生)의 자세로 대처하라. 불법적인 음악 파일 중계와 교환에는 엄격히 법적 책임을 따져야 하며, 'mp3와 음반 판매는 상관없다'는 따위의 이야기를 아직도 하는 자의 입에는 재갈을 물려라.

둘째, 제살을 깎아먹는 편집음반 만들기는 이제 제발 그만둬라. 맘에 드는 노래가 있다고 치자. mp3로 대충 듣다가 한두달(!)만 기다리면 히트곡들을 몽땅 모아 싼값에 파는 편집음반이 나오는데 누가 독집 앨범을 사겠는가. 음악과 아무 상관도 없는 인기 탤런트·배우들에게 억대의 모델료를 주고 표지모델로 내세워 편집음반을 만들어 파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부끄럽다.

셋째, 방송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라. TV에 안 나오면 히트가 안된다는 말은 더 이상 듣기 싫다. 지상파 TV의 힘으로 만들어진 오락프로그램용 가수가 판치는 한, 성인 음악팬들은 음반시장에 돌아오지 않는다. 노래와 뮤지션의 힘으로 터지는 히트만 자랑스러워 하라.

넷째, 수억원을 들이는 뮤직비디오 마케팅은 이제 포기하라. 금광을 캐는 광부보다 청바지를 만드는 이들이 떼돈을 버는 기현상은 이제 접어야 한다. 뮤직비디오 홍수 속에 이제는 아무리 비싼 돈을 들여 만들어봐야 눈에 띄지도 않는다. 돈은 좋은 가수·좋은 노래 만들기에 써야 옳다.

다섯째, 정부와 언론에 적극 칭얼대라. 표현이 언짢은가. 그래도 칭얼대라. 영화계의 '스크린 쿼터 사수 투쟁'을 참고하라. 불법 복제 문제, 음반과 공연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 및 준조세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라. 울어야 떡이 나온다. 이제 노래누리는 끝나지만 중앙일보의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변함없을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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