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 '대~한민국'정신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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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문화콘텐츠진흥원이 최근 현지어·해외공동제작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캐서린 조와 서울바로크합주단의 비발디 '사계'(크레디아), 피아니스트 이경미의 로맨틱 콘체르토(스테이지 원), 서울바로크합주단(글로벌사운드미디어)의 음반에 3천만원씩 제작비를 지원했다. 음반의 해설지를 외국어로 제작하고 외국 유통망과 계약을 맺어 국내 연주자의 음반을 외국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금까지 세계 굴지의 레이블에서 음반을 낸 해외파 연주자들은 소프라노 조수미(에라토)·홍혜경(데카)·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피아니스트 백혜선(이상 EMI)·백건우(데카)등.

물론 한국 시장을 겨냥한 국내파 연주자들의 음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프라노 김인혜, 피아니스트 강충모·박종훈,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이상 유니버설뮤직), 플루티스트 문록선(신나라), 피아니스트 김정원(아이드림미디어), 피아니스트 김대진,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 첼리스트 지진경(이상 굿인터내셔널), 비올리스트 오순화(한국아카디아) 등….

지금까지 77종이 나온 KBS-1FM의 '한국의 음악가'시리즈까지 보태면 목록은 더욱 늘어난다.

하지만 대체로 판매실적이 저조하고 직배사가 음반 레이블을 빌려주고 유통만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는 실황녹음이어서 기록용·증정용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진흥원이 제작비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으로는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세계적인 대가들의 음반과 나란히 경쟁하면서 음반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무척 힘들다. 유통망보다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저예산 클래식 레이블을 지원·육성해 한국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 녹음해야 한다. 일본에선 낙소스·카레마토 도쿄 레이블이 도야마 유조 등 일본 현대 작곡가의 음악을 수십장의 CD에 담아 출시하기 시작했고, 쇼가쿠칸 출판사는 다케미추 도루의 작품 전곡을 55장의 CD와 5권의 악보집으로 출간해 성공을 거뒀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작곡가의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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