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지휘부 문책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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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발표한 서해교전 조사 결과는 안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와 실망감이 근거없는 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합참은 이번 교전을 '북한의 명백한 기획도발'이지만 '확고한 전투의지와 신속한 대응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또 초기 대응미숙과 관련해서는 "사망자 5명이라는 보고가 2함대 사령관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상자 5명"으로 잘못 전달돼 "우리측 피해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합참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서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북의 군함이 우리 영토를 침범해 내려오더라도 '사상 5명'이면 작은 사건이 되고 '사망 5명'이 돼야만 큰 사건이 된단 말인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적이 우리 영해를 침범한 것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 전함과 군인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어떻게 국토방위를 제1의 의무이자 덕목으로 삼는 군이 사상과 사망을 잘못 알아들어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변명을 내놓을 수 있단 말인가.

합참이 인정하듯 이번 교전 이전에도 북한군은 여러차례 이상징후를 보였다. 6월에만도 NLL을 네차례나 침범했고 지난달 13일엔 NLL 침범 후 우리 고속정을 향해 30여분 동안 조준사격 태세를 갖추기도 했다고 한다. 또 우리 통신감청에도 북이 기습도발을 할 수 있다는 이상징후가 포착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러 이상징후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대응을 않다가 북의 레이더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초계함의 포격명령을 취소하는 이런 군의 지휘체계를 어떻게 '성공한 작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군은 더 이상 궤변으로 과실을 덮으려 해서는 안되며 지휘계통상의 책임자들을 엄히 문책해야 한다. 정부도 북한과 당국자 회담을 열고 이번 사태의 책임과 배상, 관계자 문책, 재발방지를 요구해야 하며 만약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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