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락 걸림돌 가뿐히 넘은 증시… 지수 5.8P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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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주식시장이 연말 '배당락' 부담을 거뜬히 이겨냈다. 이에 따라 올해 배당투자를 한 사람들은 큰 재미를 봤다.

배당락이란 배당기준일 다음날부터는 주식을 사도 그해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은 올해 배당락이 발생하는 29일 이론적으로 종합주가지수가 17포인트, 코스닥지수는 2.34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되레 5.84포인트 올랐다. 코스닥 지수도 2.03포인트 상승했다. 이론 배당락을 단숨에 회복하고도 주가가 더 오른 것이다. 배당락을 감안하면 29일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22.84포인트, 코스닥지수는 4.37포인트 뛰어오른 셈이다. 특히 종합주가지수는 배당락이 없었다면 900선을 넘어선 셈이 된다.

물론 과거에도 배당락 이후 주가가 오른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만 해도 배당락 당일 주가는 3포인트, 다음날엔 18포인트가 상승했다.

하지만 상장회사들의 배당금이 10조원을 넘을 정도로 '배당 풍년'이 예상되면서 배당금을 겨냥한 배당투자가 어느 해보다 왕성했던 만큼 배당자격을 확보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쏟아낼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그러나 오히려 투자자들은 시장으로 더 몰렸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현재의 증시 수요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한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다른 투자 대안이 없다는 점이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증시로 돌리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거론된다. 장기 투자 성향이 강한 배당주펀드만 해도 올 초 4000억원대에서 2조원대로 불어났다. 대우증권 이영원 투자전략파트장은 "배당락 이후 주식을 바로 파는 것이 아니라 고배당 종목들을 장기 보유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는 선전했지만, 종목별 상황은 좀 달랐다. 포스코.KT.한국전력.KT&G 등 대형 고배당주들은 주가가 2~3% 하락했다. 코스닥 시장도 비슷했다. 19%대의 배당수익률을 예고했던 신천개발과 10%대 배당을 예상한 홈센타.대진공업 등은 하한가까지 떨어졌다.

이제 관심은 '배당투자'라는 테마가 사라진 증시 흐름으로 쏠린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중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발표와 정보기술 업황 전망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LG투자증권 박 상무는 "수급 여건은 나쁘지 않지만, 원화 강세 여파가 주요기업들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가 드러나면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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