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 네덜란드·상하이로 몰리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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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올해 초 한국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다국적 기업의 아태지역본부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서울로 지역본부를 옮기거나 새로 본부를 세운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캠페인을 벌인다고 다국적 기업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히딩크 감독으로 인해 한국인에게 친숙해진 네덜란드, 중국 경제성장의 상징인 상하이(上海)를 보면 다국적 기업들이 지역본부를 옮기는 이유를 알 수 있다. 1998년부터 3년간 네덜란드에 유럽 지역본부를 설립한 다국적 기업은 83개에 달한다. 나이키·GE 플라스틱·캐논·닛산·미쓰비시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유럽의 많은 나라들 중에서 네덜란드를 지역본부로 택한 것은 세금 혜택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3월 미국계 코닝은 아태지역본부를 홍콩에서 상하이로 옮겼다.

현재 상하이에는 25개 다국적 기업의 아태지역본부가 있다. 9백44개 기업의 지역본부가 있는 홍콩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중국시장의 급속한 발전과 성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상하이로 옮기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에 유리한 조세 정책(네덜란드)=지난해 네덜란드가 한국에 한 투자는 12억4천5백만달러였다. 미국·캐나다에 이어 3위였다. 이중 66%가 비(非)네덜란드 기업이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김상욱 관장은 "네덜란드가 '조세 피난처'는 아니지만 기업에 유리한 조세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는 한 회사가 지주회사·금융회사는 물론 로열티를 받는 기능까지 할 수 있다. 지주회사의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현금 배당·실물 배당·자본이득 등 주식 관련 수입에 대한 법인세가 면제된다.

특히 네덜란드는 배당금·이자 등에 대한 원천과세를 줄이기 위해 외국과 광범위한 과세협정을 체결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모기업이 영국 자회사에 융자를 제공할 경우 영국 당국은 영국 자회사가 지불한 총이자의 15%를 과세한다. 그러나 네덜란드 금융회사를 통할 경우 네덜란드-영국간 세금조약에 의해 이자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무역관 신철식 투자전담관은 "국제 자금거래가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세금 문제에 민감하며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지역에서 사업하기를 원한다"면서 "한국도 다국적 기업에 유리한 조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부단한 노력(상하이)=이마트 상하이 지사 김선민 지사장은 분기별로 상하이시 투자담당 공무원들에게서 저녁 '접대'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상하이 공무원들은 외국기업 사장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곧바로 고쳐준다.

통신설비를 생산하는 프랑스 알카텔, 중국 승용차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폴크스바겐, 의약품·향료를 생산하는 스위스 로슈그룹 등도 아태지역본부를 상하이에 두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초 아태본부를 상하이로 옮기면서 2009년에 끝나는 상하이대중기차(합작법인)의 합작기간을 20년 더 연장했다.

KOTRA 상하이 무역관 장병송 차장은 "상하이가 중국 내수시장에 접근하기 쉽고 금융·물류·생활환경 등이 우수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다국적 기업들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R&D)센터 투자는 규모에 관계없이 세금을 깎아주고, 다국적 기업들을 위해 특별공단을 건설하는 등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배려 뒤에는 투자유치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주고 승진 등 인사에서도 특별대우를 하는 외자유치촉진제도가 있다는 것이 張차장의 설명이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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