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산업 1개社로 합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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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비행기 기체와 부품을 생산하는 대한항공 내 항공사업부문이 1999년 10월 정부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정책에 따라 탄생한 항공통합법인(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대우중공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통합한다.

이번 통합은 항공우주산업의 '2차 빅딜' 성격을 띤 것으로 통합이 마무리될 경우 국내 항공우주산업계는 사실상 1개 업체 체제로 단일화된다.

99년 항공통합법인 설립 당시 삼성·현대·대우 3사는 동참했지만 대한항공은 불참을 선언해 그동안 국내 항공우주업계는 양사(兩社)구도를 유지해왔다.

산업자원부는 4일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통합에 합의,조만간 실무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심이택 사장과 한국항공우주산업 길형보 사장,산자부 홍기두 자본재산업국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갖고 이같은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동에서 양사는 99년 항공통합법인을 설립할 당시의 통합원칙을 지킨다는 데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통합원칙은 ▶자산부채 인수방식으로 통합▶참여회사간 동일지분 출자▶부채의 상환조건 유지 등 세가지였다.

이번 통합은 당시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음 두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산업에 1천3백억원 가량을 신규 출자하는 방식이다.

99년 통합법인 설립 때 3사는 각각 9백64억원씩 출자했고 지난해 회사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3사가 각각 3백34억원씩을 증자해 결국 회사별로 1천2백98억원씩 들인 상태다.

따라서 대한항공도 이와 똑같은 금액을 출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식은 대한항공이 기존 대우중공업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것이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대우 측이 자신들의 지분을 팔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항공이 새로 출자하는 것보다 간단하게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항공우주산업 측은 대한항공의 신규출자 방식을 희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이번 2차 빅딜은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것인데,대한항공이 단순히 대우측 지분을 인수한다면 이런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며 "신규출자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출범 당시 기대를 걸었던 미국 보잉사 등으로부터의 외자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한 때 존폐 위기까지 맞기도 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지난해 처음으로 경상이익이 흑자(30억원)로 돌아섰고 올해는 당기순이익이 1백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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