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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우리말 바루기 126. <끝> 선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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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몇 달 전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선팅을 한 차량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엄격해질 전망이다. 개정안은 선팅 단속기준을 현행 '10m 거리에서 차 안에 승차한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정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가시광선 투과율'로 바꿨다. 가시광선 투과율은 햇빛의 가시광선이 차량 유리를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정도를 말한다.

"이들은 대낮 시간대임에도 자신들의 승용차 유리창에 선팅이 진하게 된 점을 악용,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처럼 우리가 흔히 쓰는 '선팅'이란 단어는 영어에도 없는 한국식 말이다. 아마도 미팅에서 폰팅.소개팅 등의 단어가 생긴 것처럼 선팅도 파생된 말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선팅에 해당하는 바른 영어는 'window tinting'이다. tint는 빛깔 중에서도 색채가 선명한 color 또는 그보다 은은한 hue와는 달리, 여러 색이 혼합된 '엷은 색채'를 의미한다.

자동차가 많이 다녀 교통이 복잡한 거리와 관계있는 것 중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단어가 '로터리'라는 말이다.

"농민 단체들은 독립문로터리에서 쌀 개방문제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서대문로터리 인근까지 인파가 몰렸다" 등에서도 '로터리'가 잘못 쓰였다.

로터리는 흔히 '분수대'라 이르는 원형 회전지대를 가운데 두고 여러 길이 갈라지는 지점을 가리킨다. 따라서 자동차가 직진이나 좌.우회전해 건너가는 서대문, 독립문 등에는 로터리가 아니라 '네거리'라고 해야 한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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