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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최신작 줄줄이 개봉 애니 팬들 "여름이 즐거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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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월드컵도 끝났는데 무슨 낙으로 사나"라는 기분은 적어도 애니메이션 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미국·일본·유럽의 대작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

올해 베를린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일본에서 2천4백만여명이란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지난달 28일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불굴의 자유영혼을 노래하는 야생마의 질주를 그린 드림웍스의 '스피릿'(5일), 미키 마우스를 대신할 새로운 캐릭터라는 디즈니의 '릴로와 스티치'(19일), 유럽에서 '치킨런'의 인기를 눌렀던 덴마크의 '어머!물고기가 됐어요'(26일), 그리고 빙하시대를 살아가는 동물들의 유머로 올 봄 미국을 강타했던 20세기 폭스의 컴퓨터 3D 작품 '아이스 에이지'(8월 9일)가 기다리고 있다.

이들 작품들에선 세계 애니메이션의 커다란 추세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전통문화 및 친환경적 요소와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과 애니메이션의 강점인 자유분방한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상과학적 성향을 강조하는 두가지다.

◇전통문화&자연친화에 기댄다=지난 주말 전국에서 27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국내 개봉된 일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일본전통문화의 정수가 그대로 녹아있다.

전통 온천장을 세심하게 재현한 배경은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상,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지는 일본식 산해진미, 형형색색 귀신들의 자태와 옷차림 등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넘어 문화 자체에 대한 호기심까지 유도하고 있다.

또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하는 것은 미야자키 작품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이기도 하다.

미국의 상징이기도 한 독수리가 광활한 미서부의 하늘을 유유히 비행하는 첫 장면으로 시작되는 '스피릿'은 미국 근대사의 주요 축인 인디언과 기병대의 갈등을 주된 테마로 다루고 있다. '릴로의 스티치'에는 훌라춤과 서핑 등 하와이 특유의 해양문화를 강조하면서 가족간의 사랑과 화합을 뜻하는 원주민어 '오하나'의 개념을 이용해 가족물이라는 특성을 형상화하는데 성공했다.

◇공상과학의 세계로=안데르센의 고향 덴마크에서 날아온 '어머!물고기가 됐어요'는 '명랑소녀' 장나라를 비롯해 국내 일급 성우진이 더빙에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실수로 물고기가 된 어린이들이 해독제를 얻기위한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시원한 바닷속을 배경으로 악당 상어와의 쫓고쫓기는 추격전 등이 어른들에게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이스 에이지'는 컴퓨터 단편애니메이션 '버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던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작품. 빙하시대 동물들이 외톨이 아이의 가족찾기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자연광의 섬세함을 그대로 살리고 맘모스·나무늘보 등 각종 동물들의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재현해 주목을 받았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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