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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해도발]먹구름 낀'햇볕' : 北경비정 '접근 위험'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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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합동참모본부가 29일 내놓은 새로운 작전지침은 이번 북한 도발로 문제점이 드러난 해군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작전 방법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있을 경우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아군 함정 보호가 우선=합참이 새 작전지침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오늘이라도 서해 교전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규정한 '교전규칙'을 수정하려면 한·미 간에 여러 차례 회의를 해야 하고 합참의 '작전예규'를 고치려 해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보다 하위 규정인 작전지침부터 바꾸었다고 이상희(相憙)합참 작전본부장은 말했다.

새로운 지침인 '시위기동→경고사격→격파사격'의 3단계 퇴거작전 지침은 기존의 '경고방송→차단기동→경고사격→위협사격→격파사격'으로 된 5단계의 작전지침에서 북측 경비정에 근거리로 접근해야 하는 경고방송과 차단기동 과정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대신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충분한 경고를 하기 위해 시위기동을 강화했다. 시위기동은 북한 측의 공격이 효과를 낼 수 없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한다. 경고방송을 하지 않아도 북한 경비정은 자체 해상레이더를 통해 우리 고속정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시위기동만으로도 경고 효과가 충분하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교전사태처럼 우리 고속정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북쪽으로 퇴거시키기 위해 2백~5백m까지 근접해 차단기동하는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서해교전 때는 우리 고속정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남진을 불과 4백50m로 근접해 차단기동하다가 북한 경비정의 함포에 선제 공격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북한 경비정에 경고방송을 하기 위해 방송이 들리는 1㎞까지 근접해야 하는 부담을 질 필요도 없게 됐다.

서해 교전에서 우리 고속정을 기습 공격한 북한 해군의 SO-1급 경비정에 장착된 구경 85㎜ 등 함포는 사정거리가 1㎞ 이내인 경우 명중률이 매우 높고 파괴력도 커 우리 고속정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분석이다.

◇보강된 퇴거작전=합참은 간단 명료해진 새 작전지침에 따라 앞으로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할 경우에 강력하게 대비하기로 했다. 우리 고속정이 과거처럼 경고방송과 차단기동 등의 시간 여유를 주지 않고 곧바로 경고사격과 격파사격을 실시하게 됨에 따라 과거보다 교전 가능성이 커졌다.

합참은 이럴 경우에 대비해 최전방에서 북한 경비정에 대응하는 해군 고속정 뒤에 강력한 육·해·공군 지원세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고속정 배후에 유효사거리가 8㎞인 구경 76㎜ 함포와 함대함미사일인 하푼(사정거리 1백30㎞) 등 강력한 무기를 갖춘 초계함(1천2백t)과 호위함(1천5백t)을 포진시킨다는 계획이다.

북한 전투기의 가세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공군기가 초계비행을 하고, 공군기지에 공대함 무기를 장착한 전투기를 비상 대기시키기로 했다.

또 연평도 등 섬과 해안에 배치된 포병과 병력도 확전시 전투에 참가하는 태세를 갖추는 육·해·공 합동작전을 한다는 게 합참의 작전계획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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