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웃사이더들의 방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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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비트 (MBC 밤 11시10분)'챔피언'의 유오성,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임창정, '무사'의 정우성이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요즘처럼 스타로 대우받기 전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하나로 배우와 감독이 뜨고, 또 작품마저 호평을 받았다면 분명 행운일 텐데, '비트'는 그런 흔치 않은 사례로 기록된다.

한국 영화계에선 보기 드문 스타일리스트로 평가받는 김성수 감독은 '비트'를 통해 상업영화 감독으로 일어서는 기회를 잡았고, 요즘 삼성카드 CF에서 사이 좋은 부부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정우성·고소영 커플도 이 영화에서 이미 인연을 맺었다.

TV를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됐던 '비트'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젊은이의 방황과 좌절,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아웃사이더들의 얘기다. 사랑과 우정에 삶을 던지는 민(정우성), 폭력의 세계에서 야망을 꿈꾸는 태수(유오성), 본드를 흡입한 게 자랑거리인 허풍 많은 환규(임창정), 성적 때문에 자살한 친구에게서 큰 충격을 받은 로미(고소영)의 앙상블이 매끈하다. 불안정한 앵글과 들고 찍기 기법, 귀청을 때리는 팝음악, 푸른 화면에 번지는 노란색 등 촬영·음악·조명·색감 등도 일탈하는 젊음을 다룬 영화 분위기와 어울린다. 허영만의 만화가 원작이다. 1997년작. ★★★☆(만점 ★ 5개, ☆는 ★의 절반)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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