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금융기관 민영화 시기 조정 물량 압박 부담 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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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정부는 국민연금이 올해 주식투자에 쓰기로 했던 자금 중 아직 남아있는 6천억원을 서둘러 시장에 투입하고, 현재 채권형 중심인 연기금의 소규모 투자풀에 주식형도 포함시키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금융기관의 민영화와 증자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한편 기업연금제를 조기 도입해 주식 수요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는 27일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처방을 내놓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들은 또 주식을 많이 내다판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자산운용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파는 이른바 손절매(로스컷)제도에 대해서도 보완책을 만들어 금융기관이 활용하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중장기적으로 정부는 증권분야의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시가배당률 공시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윤진식 재경부 차관은 "현 경제 상황에서 주가와 환율이 크게 떨어질 이유가 없다"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수급개선을 계속 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미 발표됐거나 시행 중인 내용들을 다시 모아 '재탕'한 게 대부분인 데다 정부가 직접 나서 증시 수급안정을 꾀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다만 공기업 민영화 일정을 조정하기로 한 것은 증시의 물량압박 부담감을 다소 덜어줄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정부가 증시안정에 관심을 기울인 점은 긍정적이지만 발표된 내용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키움닷컴증권 안동원 상무는 "정부가 뭔가 무리수를 두지 않고 이미 나온 내용들을 재탕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시장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원치 않을 만큼 성숙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9포인트 가까이 올라 710선을 회복했다. 또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하락세가 이어져 26일보다 1원 내린 1천2백2.9원을 기록한 반면 금리는 반등해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6일보다 0.09%포인트 오른 5.61%를 나타냈다.

김광기·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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