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권력 누리려 집권했나, 권력 잘못 쓰고 있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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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4일 치러질 한나라당 전당대회엔 이명박(MB) 정권 내부의 권력암투가 농축돼 있다. 친이 대 친박보다 더 적대적인 친이 대 친이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대결의 주인공은 재선 의원인 정두언(53) 후보와 6·2 지방선거 때 전남지사에 출마했던 김대식(48) 후보. 김 후보의 뒤는 박영준(49) 총리실 국무차장이 떠받치고 있다. 정두언 후보와 박영준 차장은 이명박 정권의 주춧돌이다. 둘은 집권 초부터 이 대통령의 신임과 권력의 자리를 놓고 끊임없이 다퉈왔다. 박영준 차장은 정두언 후보를 겨냥해 ‘나를 죽이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있고, 정두언 후보는 박 차장을 겨냥해 ‘김대식을 내세워 나를 떨어뜨리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막전과 막후에서 확산되는 친이 내 두 세력 간 불신은 한쪽이 정치적으로 죽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듯한 기세다. 이명박 대통령도 상황을 정리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하는 형국이다.

#호남의 자존심 건드리지 말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의 한나라당 당사. 정두언·김대식 후보가 마주 앉았다. 20여 분간 계속된 둘만의 대화 내용을 김 후보가 전했다. 정 후보는 광주, 김 후보는 전남 영광 출신이다. 호남 대의원 표를 놓고 둘은 격돌해야 할 처지다.
▶정 후보=김 후보가 사퇴하고 지명직 최고위원을 해라. 힘을 합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같이 뛰자.
▶김 후보=호남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형님. 만날 호남은 지명직만 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나 같은 평당원이 선출직 지도부에 입성하면 당원과 호남 사람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주는 거 아닙니까.
▶정 후보=다시 잘 생각해봐라. 지명직으로 나와라.
▶김 후보=형님이 드롭(drop·중도사퇴)하면 안 됩니까. 형님이 MB 캠프 좌장 아닙니까. 스스로 MB 정권에 대해 ‘무한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왜 전부 안고 가지 못합니까. 형님이 중심 잡고 화합하고 동생들이 잘못한 게 있으면 꾸짖고 해서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박영준도 옛날의 박영준이 아닙니다.”(※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 후보는 정무부시장을, 박영준 차장은 국장을 지냈다.) 실체를, 현실을 인정하십시오. 노무현 자식들은 주군이 이 세상에 없어도 주군을 위해 충성하는데 아직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았는데, 우린 이게 뭡니까.”

#본질은 권력투쟁 아닌 국정농단
정 후보는 김 후보가 전한 대화 내용을 대부분 부인했다. 10일 광주에서 열린 후보 정견발표회 직전 기자와 만난 그는 “(사퇴하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방선거 직후 전대 후보 등록 전에 김 후보가 ‘형님, 상의할 게 있다’며 날 찾아왔다. 흥행을 위해 전대에 나오겠다고 하기에 무슨 흥행이 되겠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단일화라도 하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하더라. 그래서 (박형준) 정무수석과 상의해보라고 했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사퇴 종용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다음은 정 후보와의 문답.

-정 후보는 동아일보(7월 10일자)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김대식 후보의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얘기했습니다만.
“대통령이 아니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세 번이나 김 후보를 불러 만류했다. 그러나 그는 들은 체도 안 했다.”

-김 후보는 자신이 정 후보에게 드롭하라고 했다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 사람이 내 노래를 컬러링하는 사람이다.”(※정 후보는 음반을 4장 낸 가수다)

-2년 전엔 정 후보가 ‘박영준 권력 사유화’를 주장했다.
“권력을 잘못 쓰고 있으니까(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권력이 두 가지다. 누리려고 집권하는 것과 세상을 바로잡으려는 것, 두 부류가 있는데 후자들이 밀리니까(내가 나선 것이다).”

-두 사람은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 건가.
“본질은 권력 투쟁이 아니라 국정농단이다. 언론이 자꾸 권력투쟁으로 쓰는 것부터가 국정농단 세력에 말려드는 거다.”

이정민 기자, 광주=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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